[사설]`디지털 폐기물`대책 서둘러라

 산업 폐기물 처리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삶의 질이 향상될수록 그만큼 생활 쓰레기는 늘어났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디지털 폐기물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휴대폰을 비롯한 TV·PC 등 각종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산업계의 대책이 미흡해 쓰레기 대란까지 우려된다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우리가 문명의 이기로 편리한 삶을 영위하지만 디지털 폐기물이 자연을 오염시키거나 훼손하고 인간에게 해악이 된다면 이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자연은 한번 오염되거나 훼손되면 원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또 우리 당대만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다. 그런 자연이 문명의 이기로 인해 오염된다면 모두 위기의식을 갖고 구체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디지털 폐기물을 재활용하면 이는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최근에는 휴대폰 인구의 급증과 디지털TV 보급이 늘어나면서 휴대폰과 아날로그TV의 폐기물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휴대폰은 연간 1000만대 안팎, 아날로그TV는 연간 수백만대가 폐기물로 나온다니 엄청난 물량이다. 여기에 중고PC는 처치가 곤란할 정도로 쌓이고 프린터·전화기 등은 내다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니 사태가 심각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에 폐휴대폰의 발생량은 1300만대에 달했으나 회수율은 겨우 31%에 그쳤다. 거의 1000만대는 폐기물이었다는 얘기다. TV는 지난해 298만6497대가 판매됐으나 회수율은 10% 대인 33만4000대에 불과했다. 집계된 수치가 이 정도니 실상은 이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놔둘 경우 환경오염은 더 악화할 것이다. 이런 일은 시일을 끈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선 디지털 제품에는 인체에 직접 해를 끼치고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인 수은·납·카드뮴 등이 들어 있다. 자연은 한번 오염되면 후대에까지 해를 미친다. 또 이 중 재활용할 수 있는 부품을 그대로 버릴 경우 자원 낭비를 가져온다. 금이나 은 등은 수거해 재활용할 경우 국가적으로 상당한 이익이 된다.

 정부와 통신업계는 먼저 휴대폰 수거 시범사업을 다음 달부터 차질없이 시행하고 생산자 책임 아래 폐휴대폰 회수를 의무화하는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더 늑장을 부려서는 안 된다. 또 정부와 지자체·업체 등이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갖춰 디지털 폐기물을 체계적으로 수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효율적인 디지털 폐기물 수거가 가능할 것이다. 특히 수거한 디지털 폐기물의 재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 이는 업계의 부담도 덜어주고, 환경 문제도 해결하면서 자원의 효율적인 면에서도 가장 바람직하다. 일부 제품은 수출도 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수거한 중고 휴대폰 중 200만대를 수출한 바 있다. 우리가 방법을 강구하기에 따라 디지털 폐기물도 일부 기능을 보완하거나 수리할 경우 훌륭한 수출품이 될 수 있다. 일부는 국내용으로도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저기능 제품의 경우 영세 가구나 농어촌 지역에 무료로 지급해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개도국에 정보격차 해소용으로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IT강국인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