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로봇 기술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공업용 로봇의 세계 점유율은 일본 기업들이 60%를 차지해 추격 자체를 허용치 않는다. 일본 로봇산업은 실생활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동경심’이 밑천이다. 전후 세대들은 ‘아톰’을 보며 동심의 꿈을 꿨다. 이제 일본이 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친인간형’ 로봇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아이보, 아시모 등이 개발되고 내친 김에 기술 표준화도 추진한다. 로봇 왕국으로 치닫는 일본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로봇의 새로운 활용법을 찾아라=일본의 로봇산업이 80년대 이후 성장을 멈춘 배경에는 로봇의 작업 범위가 80년대 이후 넓어지지 않고 있는 데 있다. 공업용 로봇은 특정 작업에 특화해 설계된다. 물론 설계 변경으로 복수의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도 있지만 기능은 공장에서의 작업에 한정되었다. 공업용 로봇은 필요한 현장에 이미 배치돼있기 때문에 이 이상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는게 일본의 고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인간형 로봇’. 경제산업성과 민간 각 업체들이 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혼다의 아시모, 경제산업성의 HRP-2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은 인간형 로봇이 실용화되면 그 이용 범위는 사회 전체에 해당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건설기기의 운전석에 로봇을 태워, 원격 조정으로 토목공사를 하는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어뮤즈먼트 로봇’의 세상이 온다=인간형 로봇은 어뮤즈먼트 로봇산업으로 이어진다. 아시모가 혼다 본사 및 일본미래과학관에서 접수, 안내 등을 하면서 활약하는 것에서 볼수 있는 것 처럼 로봇이 ‘놀이’의 한 장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보에 이어 소니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큐리오’는 두발 보형 로봇으로는 최초로 달리기까지 한다. 인간이 달릴 경우 순간적으로 두 다리가 허공에 뜬다. 큐리오는 인간처럼 두발이 동시에 허공에 뜨는 정밀한 제어기술이 가미됐다. 축구를 하거나 춤을 추는 일도 물론 가능하다.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 로봇도 등장했는데 가정용 로봇의 또 다른 활용도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다이가 지난 3월 출시한 ‘도라에몬 더 로봇’은 인기 캐릭터인 도라에몬을 대화 상대로 만들었다. 약 750개 단어를 ‘도라에몬 언어’로 말하고 음성을 인식,특정 키워드에는 답변도 한다. 이러한 어뮤즈먼트 로봇시장은 2005년에는 5000억엔 규모로까지 성장하는 등 등 새로운 산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표준의 로봇 기술을 확립하라=새로운 형태의 로봇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로봇 플랫폼’ 만들기도 한창이다. 독립행정법인인 산업총합연구소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는 최근 ‘일·프랑스 로봇공학공동연구실험실(JRL)’을 설립했다. 이 연구실은 일본에는 츠쿠바시 츠쿠바센터오픈페이스라보에, 프랑스에는 파리 베르사이유대학연구소에 각각 설치됐다. 대상 모델은 일본의 HRP-2로 지능 및 자율성 등을 주로 연구하게 된다.
일본은 향후 로봇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다른 국가들과의 제휴를 늘리고 자국 로봇을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PC의 기본운용체계(OS)가 미국 독점이라면 현재 로봇 분야에서는 단연 일본이 사실상 표준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