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시장 왜곡`문건 왜 나왔나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의 휴대폰 제조업 사업확대를 놓고 휴대폰업계와 이동전화서비스업계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이동전화서비스업계는 서비스 효율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명분으로 제조업 확대를 서두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휴대폰업계가 이동통신 3사가 서비스·제조·유통까지 완전히 장악, 공정거래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 양측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특히 내년 말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휴대폰 자회사인 SK텔레텍이 벨웨이브 등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체의 인수합병(M&A) 추진하고 있는데다 내년 말을 기점으로 내수 물량 제한(연간 120만대)도 해제될 예정이어서 휴대폰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감은 본지가 단독 입수한 문건에도 잘 나타나 있다. 문건은 “우리나라 이동전화서비스업체가 휴대폰 제조업을 확대하려는 것은 이동통신 산업분야를 사업자 중심으로 전환해 독점적인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문건 왜 작성했나=이번 문건은 휴대폰업계와 이동전화서비스업계의 정면 충돌을 예고한다. 비즈니스 성격상 ‘을’(제조업)이 ‘갑’(서비스업)을 정면으로 공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건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SK텔레콤의 제조업 확대 전략을 초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휴대폰 전문업계가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업다는 위기감을 그대로 반영했다.

 특히 이동전화서비스업체와 계열이나 지분관계가 없는 삼성전자와 팬택&큐리텔은 서비스업체의 제조업 확대에 분통을 터뜨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전화서비스업체와 비즈니스 관계를 고려해 정면 충돌을 자제해왔지만, 최근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체의 휴대폰 사업 확대가 휴대폰업체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 관련기관에 문제를 제기키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이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확실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KTF측 “침소봉대다”=한 마디로 자사 이기주의를 위한 ‘진입장벽 쌓기’에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동안 SK텔레텍은 SK텔레콤의 다양한 서비스 포팅과 개선을 위해 매진해 왔으나 시장 지배력을 갖춘 거대 제조업체에 휘둘려 서비스 개선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선 서비스 개선을 위한 사업에 매진해 왔을 뿐 다른 의도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도 “SK텔레텍이나 KTFT가 기존 휴대폰 제조업체와 경쟁할 수 있을 수준도 아니고 이들로부터 구매하는 물량도 극히 적다”며 제조업체들이 우려하는 근거를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또 LG전자와 LG텔레콤의 사례를 들며 “SK텔레콤에만 지나친 경계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KT측은 KTFT에 대해 “KTF의 단말기 기능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며 “LG, SK의 사례로 미루어 보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SK텔레텍 측은 특히 M&A를 추진하는 것 역시 어려워진 국내 휴대폰업계가 자발적으로 요구해온 것일 뿐더러 CDMA가 아닌 GSM 수출시장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동구나 남미 등 국내 휴대폰업계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을 주력 공략지역으로 삼고 있어 오히려 국내 휴대폰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SK텔레텍 관계자는 “노키아·모토로라 등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을 공략할 생각도 하지 않고,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계의 자발적인 M&A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반발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망=업계는 이번 문건 공개로 양측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문건을 작성한 업체가 조만간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기관과 언론을 상대로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의 휴대폰 사업 확대의 부당함’을 알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체들 또한 나름대로 논리를 개발, 사업확대의 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휴대폰업계는 이와 관련, 연내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태세다. 초기에 이동전화서비스업체가 휴대폰 제조업 확대를 저지하지 못하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서비스)을 상대로 시비를 가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휴대폰업계에서는 “개별업체가 각개격파식으로 돌파하기보다는 휴대폰업체간 연대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