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크기에서 밀린다면 생각의 크기로 넘어서겠다.”
L사의 광고 문구다. 지식정보사회를 대표하는 말이다. 물리적인 국토의 한계를 생각으로 넘겠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우리나라는 열강의 복판에서, 분단이라는 환경에서 국토의 크기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식정보사회의 강국으로 거듭나는 원천은 ‘생각’이다. 그 크기를 얼마나 키울수 있는 가에 새로운 ‘힘’이 생긴다.
생각을 강조하는 사회의 중심은 소프트웨어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은 두뇌의 활용에 따라 생각의 영토를 무한대로 넓혀 나갈 수 있다. 또 생각의 영토는 실제 경제의 힘으로도 나타난다. 세계 최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생각의 크기를 현실화한 기업이다. 아무리 큰 크기의 생각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소프트웨어산업이 종지라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그릇은 대접정도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중에서 콘텐츠 산업은 다르다. 생각의 크기를 수용하기에 따라 종지가 될 수도 대접이 될 수도 있다. 담아내기에 따라 무한대의 가치를 지난 상품을 만들어 낸다.
최근 국회예결위에서 문화산업 추경예산으로 50억원이 확정됐다. 당초 문화산업분야에 500억원의 추경예산을 예산부처와 협의했으나 최종적으로 요구액의 10%가 떨어졌다. 이번 추경예산은 편성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민생안전에 우선순위를 두어 확정금액이 줄었다. 신청예산금액의 불과 10%선에서 확정됐음에도 문화산업 담당자들은 크게 고무되어 있다.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문화산업이 추경예산에서 그나마 뽑힌 것(?)에 흥분해 있다.
정부관계자, 기업가 모두 ‘문화로 부자가 되는 나라’를 입버릇처럼 되뇌이면서도 문화산업 투자에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IT인프라에 수조원을 투자하면서 정작 알맹이가 되는 콘텐츠산업에는 등을 돌린다. 지원면에서 대접은 고사하고 종지조차 되지 못한다. 정책순위, 예산의 우선순위, 기업들의 투자순위위서 콘텐츠산업은 언제나 뒷자리를 차지한다. 50억원의 예산지원에 뛸듯이 기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초라할 지경이다. 생각의 크기는 무한대다. 그 생각이 돈이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땅의 크기에 경쟁력이 없다면 생각의 크기로 도전해야 한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생각산업’의 가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