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는 기업정보화의 기본 솔루션으로 어떤 ERP가 구축되느냐에 따라 추가로 도입되는 기업용 솔루션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토종 ERP는 국내 시장, 특히 중소기업 시장에 뿌리를 내리며 기업용 SW시장의 대표선수로 자리매김 해 왔다. 토종 ERP의 붕괴는 국내 기업용 솔루션시장의 붕괴로 이어져 주력 SW시장을 외산에 모조리 내어주게 된다. ERP산업을 살려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산 ERP업체 중 일부 선두업체들은 지금과 같은 극도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스스로 외산과 경쟁하며 오히려 큰 폭의 성장을 거두고 있다. 이는 국산 ERP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국산 ERP산업을 살리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국산 ERP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김용필 한국ERP협의회장은 “정부사업에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지원이 계속돼야 토종업체들이 경영을 유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앞서 확인된 바와 같이 공급과 사후관리가 가능한 업체들을 선별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정부지원사업은 도입업체에는 제한을 두는 반면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들에 대한 제한은 두고 있지 않다. 시장원리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의 지원사업도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하며 성장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와 함께 단순 구축지원에서 한발 나아가 도입업체가 솔루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활용 측면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업계는 덧붙였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유지보수에 대한 업체간 덤핑경쟁을 막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김영수 비디에스인포컴 사장은 “수주에 급급하다보니 유지보수료에 대한 경쟁이 결국 덤핑으로 이어지고 있고,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는 전체 토종 ERP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같이 죽는 꼴 밖에 안 된다”며 “일부 강제성을 도입하더라도 유지보수료에 대한 현실화 작업을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견 ERP업체들은 ERP협의회를 중심으로 현행 10% 수준으로 계약되는 SW유지보수료를 최소 15%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의 반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수익성 확보의 기초를 다지는 수밖에 없다는 계 협의회의 판단이다.
자체 솔루션에 대한 품질향상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종호 영림원소프트랩 상무는 “시장에서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로 품질자체에 신경 안 쓰고 SI성 사업만 하던 업체들이 대부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선도업체들의 새로운 도전이다. 그 동안 일부 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선언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 것은 현지화를 위한 교두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는 더존다스, 대만은 한국비즈넷, 일본은 미래소프트와 비디에스인포컴 등의 ERP컨소시엄이 교두보 구축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서고 있어 그 성과가 주목된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