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 휴대폰업체를 살리자](4)금융 지원책 절실하다

중견 휴대폰업체인 텔슨전자의 부채비율은 150%다. 최근 1년 사이에 1000억원 가까운 돈을 은행 차입금을 갚은데 쓴 결과다. 부채비율을 무려 250%포인트(P)나 낮췄다. 자금 마련을 위해 본사 건물을 매각했다.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그 결과 인원을 400명이나 줄였다. 덕분(?)에 클린컴퍼니가 됐다.

 김동연 텔슨전자 부회장은 “튼실한 중견·중소 휴대폰업체들이 금융권의 무차별적인 자금 회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견·중소 휴대폰업체가 금융권의 무차별적인 자금 회수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고 부터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세원텔레콤의 법정관리 신청이 결정타였다. 금융권은 중소업체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했다.

 중견업체 관계자는 “최근 1년간 수출을 통해 번 돈을 재투자하지 못하고 은행빚 갚는데 모두 썼다”며 “이제는 주문를 받고도 부품 구매 자금이 없어 수출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정부가 나섰다. 정보통신부는 중소 업체 주요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갖었다. 우량한 중견·중소 업체의 실적 전망에 대한지난달초 올바른 판단 자료를 제공, 금융권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CEO는 “간담회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자 금융권이 색안경을 쓰고 보기 시작했다”며 “혹 떼러 갔다 혹 붙이고 온 꼴”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중견·중소업체로 보기 드물게 흑자를 낸 기업이었으나, 간담회 참석후 금융권이 적자기업과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또 한 CEO는 “대안없는 토론만 하다 왔다”며 “정책적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정보통신부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직접 기업의 금융지원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 어찌보면 자금난은 업계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중견·중소 휴대폰업체를 살려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견·중소업체간 균형적 성장이 필수 요건이다. 일정 부분 업체간 인수합병(M&A) 이나 퇴출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업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처간 업무 조율과 금융권의 인식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계획대로 금융권에 올바른 판단 자료를 제시, 먼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은 수치만 믿는다”며 “기술과 성장성에 대한 관련기관의 보증이 필요하다”고 말해, 정보통신부의 역할이 필요하고 지적했다.

 금융권에 대한 주문도 있다. 지금처럼 1∼3개월의 초단기 대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업종 전망에만 의존해 신규 대출을 줄이고, 무문별한 자금 회수로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있다. 텔슨전자 관계자는 “중견·중소업체는 현재 수출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생산 자금마저도 확보하기 힘들 실정”이라며 “금융권은 우수 기업에 한해 잔여 차입금을 장기 대출금으로 전환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융감독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권이 중견 및 중소기업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무차별적 자금 회수를 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중견업체 사장은 “모든 중견·중소업체가 망해야 할 만큼 휴대폰 시장이 나쁜 게 아니며 일시적 유동성 위기만 벗어나면 소생할 수 있는 업체들이 상당수 있다”며 “정부와 금융권은 자금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