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폰사업 `교통정리`나서라

 국내 유력 휴대폰업체가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의 휴대폰 제조사업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자칫하면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들이 서비스·제조·유통까지 완전히 장악할 것을 우려한 휴대폰 제조업체 측의 경계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제조업 확대 전략을 초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휴대폰 전문업체들이 내수부문에서 설 자리를 잃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의 표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즈니스 성격상 ‘을’의 입장에 있는 휴대폰업체들은 그간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들의 휴대폰 제조사업 진출에 못마땅히 여겼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계를 고려해 서비스사업자와 정면 충돌을 가급적 자제해왔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제동은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들의 휴대폰 제조사업 확대가 휴대폰업체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그간 서비스사업자의 휴대폰 자회사에 적용해왔던 내수 공급 물량 제한도 내년 말을 기점으로 풀릴 예정이어서 휴대폰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을 고려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유력 단말기업체가 단독으로 거대한 이동전화서비스 3사를 대상으로 사업 확대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나선 점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관계 당국에 관련 문건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 뜻을 비친 것은 강한 실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과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혼자서 싸울 경우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휴대폰업체가 동종 전문업체간 공조체제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휴대폰업계 내에서 이에 대한 연대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공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번 사안에 대한 파장은 예상 외로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휴대폰업체의 문제제기에 대해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들은 이기주의에 의한 ‘진입장벽 쌓기’로 보고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있다. 특히 이들 서비스사업자의 휴대폰 자회사들은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갖춘 거대 제조업체에 휘둘려 서비스 개선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휴대폰업계와 이동전화서비스업계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수출에 주력하는 대형 휴대폰업계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아도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휴대폰업계에는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걱정된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정부의 명확한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정통부는 산업간 고유 영역이 무너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들의 제조업 진출에 대해 방관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력 휴대폰업체의 지적처럼 서비스사업자들이 휴대폰 제조 시장까지 장악하려는 것 자체가 시장기능에 의한 자유경쟁체제를 인위적으로 왜곡시켜 균형있는 사업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국내 휴대폰 전문업체들의 기반을 위협할 정도라면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 휴대폰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제조·개발 각 부문이 골고루 연계된 산업클러스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