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 선양의 IT 바람

"우리나라에도 중국과 같은 디지털 신호 등을 도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주 말 끝난 ‘동북아 첨단 기술·제품 박람회’가 열리는 중국 선양시를 찾은 대덕밸리 기업인들은 교통 신호등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의 삼색 등과는 다른 디지털 교통 신호등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빨간불이나 파란불이 켜진 후 아라비아 숫자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숫자가 0이 되는 시점에는 주황색 불이 들어오지 않고 바로 파란불이나 빨간불의 신호등으로 바뀌어 다시 카운트에 들어간다. 운전자가 언제 차를 정지해야 하고 움직여야 할지 예측할 수 있다. 우리처럼 급정거나 급출발할 필요가 없도록 한 셈이다.

 중국보다 기술력이 몇수 위라 자부해 온 터였지만 중국이 우리보다 IT 산업을 과감하게 실생활에 접목,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다.

 선양에 불고 있는 IT 바람은 이뿐만이 아니다. 훈남신구에 자리잡고 있는 ‘21세기관’은 선양시의 IT 산업 현황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21층 규모의 쌍둥이 빌딩으로 지역에서 이미 상징적인 건축물로 자리잡았다. 책 두 권을 펼쳐 놓은 듯한 형상의 이 빌딩은 선양시가 IT 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창업보육센터(BI)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등 IT 산업 관련 기업체만 120여개가 입주, 지역 IT 산업 발전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이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기업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IT 전용 빌딩 하나 없는데 대덕R&D 특구가 된 들 뭐합니까.’

 대덕밸리 기업인들은 중국의 과감한 IT 산업 육성 정책과 투자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 반면 지역 IT 산업 육성에 별다른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대전시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은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앞장서 IT를 중심으로 한 산업 육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마치 3∼4년 전 벤처 붐이 일어나기 직전의 한국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단지 2가지의 사례만을 두고 중국의 성장 잠재력을 말하기에는 성급한 면도 없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은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바짝 쫓아 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추월했다.

 선양(중국)=경제과학부·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