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폐기물 이대론 안된다](1)휴대폰(하)재활용 방안 마련하자

1인 1 휴대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연간 폐기되는 휴대폰도 100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에는 사상 최대인 1800만대 가량이 고스란히 중고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말 그대로 폐휴대폰이 가구마다 넘쳐나게 됐다. 디지털 환경 재앙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거되는 일부 휴대폰은 단지 공장에서 분쇄되거나 대여폰으로 활용될 뿐이다.

 중고 휴대폰을 재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바로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휴대폰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칩·LCD·카메라 모듈 등의 수입비용은 물론이고 막대한 로열티를 제공해야 한다. 엄청난 양의 자원이 장롱 속에 파묻혀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하지만 재활용이라는 측면이 산업 전반에 시너지 효과를 주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출 산업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다양하고 폭넓은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업계는 우선, 현재 분쇄해 금·은 등 소량의 금속 산화물을 추출하는 형식의 재활용 방법을 칩이나 LCD 등을 별도로 분리,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에서 어렵다면 해외에 공장을 두고 처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칩이나 LCD, 카메라 모듈 등은 별도로 분리, 활용이 가능하다. 인쇄회로기판에 붙어 있는 금·은·팔라듐·로듐 등 추출 가능한 귀금속의 활용처도 다양하다. 배터리에 붙어 있는 고가 금속인 코발트의 활용도도 높다.

 중고폰을 수리해 수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직 흑백폰을 활용하고 있는 중국·동남아 등 많은 국가에선 한국산 중고폰이라 해도 하이엔드 제품에 속한다. 어차피 이들 지역에서는 로엔드 부문에서 중국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중국산 로엔드 제품과 한국산 하이엔드 중고폰의 경쟁구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수리된 중고폰을 수출할 경우 외화 획득 품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이와 함께 충전용 배터리를 타 산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얘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완구용품에 활용할 경우 기존 배터리보다 훨씬 수명이 길뿐더러 충전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력적인 방법이다. 이럴 경우 완구업계와 휴대폰 제조사간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폐휴대폰 회수·재활용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동통신사나 제조사별로 회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 기업이 직접 회수에 나서거나 대리점을 활용, 체계적으로 회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활용해 체계적인 홍보와 수거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전자산업환경협회 등 각종 단체나 협회를 활용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물론 이럴 경우 수거비용이나 재활용비용을 직접 지원하거나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등 직·간접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환경부와 정통부·산자부·재경부 등 정부기관의 공조도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휴대폰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가 적용되지만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시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벌써부터 이통사업자와 제조업체간 책임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다행스럽게도 환경부가 나서서 내달부터 수원시와 이통사·제조사 등과 폐휴대폰 회수·재활용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서울시까지 확대해 명실상부한 휴대폰 재활용 환경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가능하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소도시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재활용 문제가 기존 산업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수출 등 다양한 방법과 방향이 서야 한다”며 “최근 폐휴대폰 재활용 시범사업 문제가 제조사와 이통사간 책임 떠넘기기로 늦춰진 것은 일정 부분 정부의 책임이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최적의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