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나쁘면 이용하지 말라고?

무료 이용 기간 끝나면 동의없이 유료 전환

“기억력 테스트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났으면 차단하면 되지 왜 한 마디 통보도 없이 멋대로 과금이 되는 것이죠? 소비자들의 ‘아차’하는 실수를 이용한 이런 서비스 방식 빨리 개선해 주셨으면 합니다.”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망각’ 심리를 이용한 교묘한 상술이 판을 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 영세 기업들이나 이용할법한 이 같은 상술은 최근 유명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사이트내 유료 콘텐츠를 1주일 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나눠주고 있다. ‘1주일 무료’라고 해서 해당 기간만 지나면 끝일 줄 알지만 끝이 아니다. 해당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유료 결제로 전환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아차’하는 순간, 9900원 또는 1만 4900원이 빠져 나가는 것이다. 소비자가 결제를 승낙했으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의사를 묻는 연락도 없다. 다만 돈이 결제됐다는 통보만 올 뿐이다.

 이 같은 상술은 최근 KT도 즐겨 쓰던 것으로 드러나 서비스 업계에 점차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KT는 지난 5월 유선 전화 연결음 서비스인 ‘링고’를 출시하며 한 달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판촉 활동을 벌였지만 무료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전화요금에 결제가 된다. KT는 과거 청소년 유해 사이트 차단 서비스 ‘크린아이’ 출시 때도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한 바 있어 이 회사의 주요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관련업체들은 이에 대해 “엄연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 KT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처음부터 기간이 끝나면 자동 결제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무료 쿠폰 이용시 1주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유료 결제로 전환된다”는 글을 적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결제가 완료됐을 때는 결제 사실을 통보해 주면서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기 전 결제 의사를 묻지 않는 기업들의 모순적인 태도에 소비자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서울 역삼동의 유모 씨는 “결국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기억력만 탓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걸 고객 서비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