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교통시스템을 도입한 지 3주 가량 지났다. 초기의 혼란 상황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서울 시민들의 불평과 볼멘소리는 여전하다. 사람마다 불만은 입장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신교통체계 도입에 따른 교통 효율이 종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는 데에는 한결같이 공감한다.
교통체증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도로교통 혼잡비용은 우리나라 연간 전체 혼잡비용(22조원)의 41%에 이른다고 한다. 고속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교통난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번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에서 본 것처럼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도로 확충이 차량 증가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으며 나 홀로 차량이 많다는 것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통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도로, 자동차, 이용자 등 구성요소 간 정보교환이 원활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본다. 교통체증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해결방안으로 지능형 교통정보시스템(ITS)이 부각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ITS는 지체, 차량 속도 등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도로 교통 정보를 IT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교통 상황을 파악, 여기에 맞게 교차로 신호주기가 자동으로 바뀌게 하는 시스템이다. 한마디로 ITS는 ‘도로의 정보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시설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까닭에 도로 확충에 한계를 느끼는 대도시들이 앞다퉈 ITS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도로교통 혼잡비용은 매년 2조원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또 교통 정체로 인한 국가 전체 물류비가 선진국의 2배를 넘어 산업의 국제 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ITS 도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면 투자비용은 이른 시간 내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ITS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ITS를 21세기 정보사회의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인식해야 한다. 물론 ITS가 현재의 교통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교통정보 수집체계나 분석처리 기술, 그리고 교통정보 제공기술 분야 등이 골고루 발전했을 때 비로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투자의 편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투자를 미룰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수요가 없으면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는 게 생리다. 자칫하다가는 선진국 기술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는 미래를 내다보고 ITS사업 추진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한편, 안정적인 예산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신기술 개발이나 교통환경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도 갖춰야 한다. 권역별 통합교통정보체계 구축을 고려해 시스템 간 연동성이나 호환성 확보를 위한 시스템 아키텍처에도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울시와 수도권 간 버스정보시스템(BIS)이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추진한 탓에 정보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단편적인 예다.
ITS 사업은 특성상 시스템통합(SI) 형태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별도로 분리할 수 있는 사업까지 무리하게 일괄 입찰로 추진함으로써 SI사업자 간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중소기업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 따라서 별도 분리 추진이 가능한 사업은 떼어내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서도 그렇다.
현재 선진국들은 ITS분야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ITS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표준화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표준화 활동이 부진하다. 신기술 제품도 수요처의 인식 부족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통합적인 ITS 구축을 위해 산·학·연·관이 노력하고 효과적인 ITS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21세기 우리의 교통 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희숙 이나루T&T 사장 snaru@e-nar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