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안맞든, 주도권 싸움을 하든, 일관된 규제 잣대를 보여줘라.”(통신사업자)
“정책 따로, 규제 따로면 결국 정부의 령(令)이 안서게 된다.”(정부 관계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사업자들을 상대로 담합 혐의 관련 전면 조사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는 정통부가 최근 이동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해 행정지도 차원에서 추진한 ‘클린마케팅’도 올랐으나 양 기관 간 사전 협의나 협조 요청이 없어 정통부도 적지 않게 당황하는 눈치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 기간이 통신시장 규제 주도권을 놓고 전면적인 힘겨루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분야의 정책 수립과 집행, 규제까지 담당하고 있는 정통부와 시장의 공정경쟁을 감시하는 공정위가 각각 다른 잣대로 사업자들을 재단한다면 결국 사업자들은 이중 규제를 받게 되고 정부의 행정추진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나 정부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공정위, ‘공정 경쟁 규제는 우리가’=공정위가 이통 3사를 대상으로 중점적으로 조사한 내용은 최근 번호이동제 시행 과정에서 터져나온 ‘클린마케팅’ 합의시 담합 여부였다. 공정위는 클린마케팅을 위해 리베이트 한도를 임의로 정했는지, 사전 담합 의사가 있었는지, 합의서를 직접 썼는지 등을 집중해서 캐물었다. 앞서 이뤄진 초고속인터넷업체(ISP)들 조사에서도 백본망 임대료와 요금 인상 담합 등이 주된 조사 내용이었다.
이통사들은 불법 보조금을 쓰지 말자는 의도였지, 리베이트 한도를 정해 합의서를 쓰거나 요금 담합한 사례가 없었다며 해명하고 관련자료를 제출했으며 ISP들도 공정경쟁 협의지 담합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사내용이나 방향, 범위 등은 밝힐 수 없으나 공정거래법상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고 이중 규제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통부, ‘고유 권한이다’=정통부는 드러내진 않지만 이번 공정위 조사에 대해 적지 않게 불편한 심기다. 사업자들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불법적인 담합을 한 것이라면 문제겠지만 정부가 시장질서를 잡기 위해 행정력을 발휘한 부분까지 조사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
특히 전기통신사업법상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단말기 보조금을 잡기 위해 정통부가 행정지도에 나선 것을 사업자들간 불법 담합으로 판단한다면 정책 의지에 정면 배치된다는 것이다. 공정위도 이 같은 배경을 이해한다면 결국 제재를 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사전 질의나 협의를 받은 적이 없으며 구체적인 방향이나 내용도 알지 못한다”면서도 “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역할을 정통부와 통신위가 갖고 있는 것을 공정위도 알고 있는 만큼 잘 마무리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자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양 기관 간 불협화음에 사업자들은 당연 불만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사업추진에 핵심키를 쥐고 있는 정책 및 규제기관이어서 볼멘소리를 높이기도 어렵다. 다만 눈치껏 조사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업자는 “이중 규제가 되거나 특정 기관에 줄 서는 식이 돼서는 안된다”면서 “이번 기회에 공론화돼 규제와 정책이 일관성있게 나아갈 수 있도록 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