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내년이면 60세가 되는 독자다. 제조업을 하다 IT와 연관되는 부분이 많아 반쪽은 아예 이쪽(IT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필자가 IT에 대해 잘 알고 디지털 경제를 잘 이해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DVD 하나 보는 데도 진땀을 뺀 적이 바로 어제 일이었고 MP3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 그만큼 우리 세대에게 디지털은 쉽지 않은 문명의 이기적 요소가 있음이 분명하다.
지금의 디지털 세상에서 정말로 노인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 50∼60대가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불과 10년 전 홈쇼핑 열풍이 불때도 우리 세대는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만큼 인터넷이 거의 모든 것을 관할하는 세상에서 우리 세대의 곤혹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얼마 전 친구가 자동차 등록을 하러 구청에 갔는데 ‘인터넷 신청을 하면 더 빠르다’는 창구 직원의 말에 힘이 쏙 빠지더라는 것이다.
혹 젊은 층은 그 정도는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 데 무조건 어렵다고 한다고 지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말로 우리들에게는 힘에 겨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해도 주 소비층은 여전히 우리 세대다. 고선명TV, DVD, 캠코더, 휴대폰 등 디지털 가전을 돈 주고 사고서도 잘 쓸 줄을 몰라 자식들에게 사용법을 몇 번이나 들으면 조금은 부아가 치밀기까지 한다.
사회가 주 소비층인 우리들을 홀대한다는 생각에서다.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제품을 왜 만들지 않는 것인가’ ‘PC의 경우에도 좀 더 인터넷을 쉽게 할 수 있는 기능은 없을까’ ‘휴대폰도 SAND와 END기능만 들어간 제품은 왜 안 만드나’ 등등 지금의 디지털 제품을 두고 얘깃거리가 많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노인 등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정보 불균형 해소’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휴대폰도 번호 버튼이 크고 누르면 바로 통화가 되는 제품이 나왔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의 정보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교육하는 일에도 수백억엔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고 들었다.
세계적인 디지털기업이 많고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 수도 세계 1위인 우리나라지만 그 뒷면에는 우리같은 사람들도 많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누구라도 디지털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범 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제조업체들도 장년층을 위한 제품을 고민해 주길 바란다.
김제열·서울 용산구 한남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