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8년만의 총파업

 대덕연구단지가 8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 뒤숭숭하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위원장 이성우)이 21일 하루 동안 대덕연구단지 내 14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포함한 전국 37개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전면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과기노조 산하 각 출연연 지부들은 이번 파업을 위해 지난 19, 20일 야간 농성에 이어 21일 상경투쟁에 나섰다.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전면전으로 돌입할 태세다.

 이번 총파업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과기노조는 산하 지부의 입장을 정리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데 반해 사용자측인 출연연구기관들은 개별협상을 벌여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기노조는 이달 초 비정규직 철폐 및 주5일제 도입 등에 관한 8대 요구안을 내놓고 쟁의발생 신고를 했다. 우선 정부측에 15일 정도의 유예기간이란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들어줄 수 있는 사안은 거의 없다. 기껏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데 동의하는 정도다. 별다른 대안이 없다. 비정규직 제한문제는 경제계와도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사안인데다 부당 해고자 복직 문제 또한 정부측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과기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해 기본적으로 산자부의 불법 노사관계 지배개입 금지나 사용자 단체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파업 결정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7개 연구기관 재적 조합원 3829명 중 2774명이 투표, 이 가운데 2016명인 73.3%의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수치로만 보면 많지는 않다. 연구단지 인력의 5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파급력 면에서 전혀 예측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경제 불황 속에서 그나마 안정화되어 가던 연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떨어진 연구원들의 사기를 바닥으로 추락시킬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까지 진단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 정부측의 대응에 따라 과기노조의 투쟁수위가 강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가뜩이나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뒤숭숭한 이 때 한국 과학의 엔진이라는 대덕연구단지만이라도 묶인 매듭을 슬기롭게 풀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대전=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