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에 대한 재활용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실시 등 정부가 앞장서서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자제품의 재활용 규모는 사상 처음 100만대를 넘어섰고, 재활용률도 9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회장 김영기 LG전자 부사장)가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전자레인지 등 대형 가전제품의 재활용 규모는 135만대에 달한다.
협회가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에는 54만대에 불과하던 전자제품 재활용 규모가 2001년에는 67만대, 2002년에는 85만대로 매년 20%대의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지난해에는 6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재활용률도 지난 95년은 50%대, 97∼98년 70%에 불과하다가 지난해 90%를 넘어서는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수거된 제품을 부품·소재별로 분리해내는 재활용률도 90%를 넘었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는 전국에 퍼져 있는 32개 전자업체 회원사의 3500개 판매대리점과 60개 물류센터를 통해 폐가전 제품을 수거, 냉장고의 컴프레서, 세탁기의 모터 등은 별도의 방법으로 재활용하고 나머지 부품은 철·구리·알루미늄·플라스틱 등으로 분리한 뒤 철강·제련·플라스틱 제조회사 등으로 보내는 등의 활동도 진행중이다.
이 같은 폐가전 회수 및 재활용 사업 결과 폐가전에서 철·동·알루미늄 등 약 6만톤의 자원을 재생산, 재사용했고 폐제품의 수거 운반서비스 산업 및 재활용 사업 조성으로 연간 약 143억원의 부가가치와 500여명의 상시고용 창출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폐가전 회수 및 재활용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폐가전 회수와 처리 비율 및 재활용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 판매자, 생산자, 정부 간에 비용과 책임을 효과적으로 분담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제도는 생산자의 의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폐가전 관련 활동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 중 70∼80%가 기업에 부과된다는 데 전자업계는 공감한다.
실제로 기업에 주어진 전자제품 재활용 의무량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전자제품 재활용 의무량은 지난해에 비해 약 22% 증가한 136만3000대로 늘어났다. 환경부가 확정, 고시한 전자제품 재활용 의무량 가운데 냉장고와 세탁기는 각각 지난해 29만8000대, 27만4000대에서 올해 40만9000대, 30만7000대로 확대됐다. 에어컨은 지난해 9000대에서 1만대 규모로 소폭 늘었다. TV의 경우는 지난해 27만4000대에서 올해 31만4000대로 늘어났다. 전자제품 업체들이 재활용 의무량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는 미달성 물량에 대해 폐기물의 회수 및 재활용 전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의 115∼130% 가량을 부과금으로 내야 한다.
문제는 올해처럼 내수경기 침체로 전자제품 판매가 20% 이상 역신장하는 경우 의무량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오히려 폐가전을 구입해서 의무량을 채우는 경우까지 있다고 업체들은 호소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폐가전 회수 및 처리에 대한 필요성과 기업의 의무도 절감하지만 기업은 물론 정부나 지자체, 소비자들도 함께 부담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한수연 연구원은 “리사이클링센터 구축 및 폐가전의 수거 운반에 필요한 기금을 기업에 전가시키면서 이를 제품 원가에 반영하라는 것은 우리나라 수출품의 대외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폐가전 회수 체계의 명확화와 비용부담의 형평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