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여러 유명한 게임개발사, 퍼블리셔 관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대부분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부러워 한다.
불과 몇 년전에만 해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인터넷 환경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라인게임 인구를 갖게 됐다.
지난 80년대 아케이드게임과 함께 일본의 전자회사들은 가정용 게임기를 만들어 선진 각국을 중심으로 엄청난 시장을 창출하였다. 따라서 함께 성장하게 된 일본의 게임회사들은 한때 전세계 게임시장의 70%를 장악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서서는 PC게임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미국과 유럽의 게임회사들이 크게 발전해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과 함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 모두 게임의 플랫폼이 변화할 때 그 환경에 적합한 개발과 발전을 한 결과에 따라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된 경우다.
그런데 향후 게임플랫폼은 어떤 것일까 하는 점에서 많은 게임 전문가들이 인터넷 환경에서 하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 왔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원래 그다지 크지 않은 게임시장을 가진 우리에게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 전세계 게임업계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아마 다시오기 힘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어서 인터넷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가장 큰 시장을 장악하게 된 한국의 게임사들은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해 세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국시장에만 안주하겠다는 자세에서 빨리 탈피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산게임들은 우선 국내 시장만을 분석하고 국내 게이머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만들고 성공하면, 그 다음에 다른 나라에 수출해보자는 자세를 가지고 개발에 나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자세는 일시적으로 잘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큰 기회를 잃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자국내 시장에만 주력하다가 시장 자체가 줄어듦으로써 대부분의 게임회사가 어려워졌던 일본의 예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임 개발 초기인 시장분석 및 기획단계에서부터 가능하면 전세계 공통으로 좋아할 만한 게임 아니면 적어도 몇 개 지역에서는 통할 만한 게임을 생각하고 연구해서 개발하려는 노력을 해야 점점 세계적인 게임의 개발이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요즘은 점차 장르 편중이 줄어들면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그 동안 PC온라인 RPG에만 편중되어온 장르의 편중화 현상도 결국에는 전세계 게임 시장으로 볼 때는 불과 몇 퍼센트도 안 되는 작은 시장에 매달리는 현상밖에 되지 못한다. 그나마 어렵게 만들어진 시장을 외국의 게임회사들에게 빼앗기게 될 가능 성이 높은 아주 위험한 현상이었다.
이제는 한국의 개발자들도 결과가 좋았든 안 좋았든 그동안 축적해온 개발력이 세계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여겨진다. 힘들게 쌓아 올린 지금의 개발실력을 작은 국내 시장만 보고 다 비슷한 게임만 만들면서 스스로 자멸하는 길보다는 이제는 세계로 눈을 돌려 우리의 게임개발 실력을 전세계의 게임플레이어들이 즐겁게 맛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우물안 개구리식 발상에서 벗어나 멀티 플랫폼에 두루 대응할 수 있는 게임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우리 게임산업이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첫 번째 과제다. 그리고 마련된 자금을 끊임없이 재투자하고, 게임을 질을 높이는 개발노력을 병행해야한다.
그렇게 한다면 한국도 머지않아 세계시장에서 정말로 인정받는 진정한 게임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상윤 판타그램 사장 sangyoun@phantagr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