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부터 3일간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오라클 오픈 월드 2004’에서는 붉은 색 바탕에 오라클과 함께 새겨진 ‘자구웬(甲骨文)’이라는 한자어가 눈에 띈다. 자구웬은 거북의 등딱지나 소의 어깨뼈에 문자를 새겨 기록한 글로 일반적으로 최초의 상형문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21세기 중국에서 자구웬은 전혀 다른 의미로도 사용된다. 자구웬은 오라클이 2년전부터 중국에서 사용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브랜드가 기업 가치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오라클이 중국 내 진출한 다국적 IT 기업 중 유일하게 중국용 브랜드를 별도로 사용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오라클은 이미 중국 내 2개의 연구개발(R&D) 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이 연구센터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리눅스 표준 ‘아시아눅스’가 개발되고 있다. 중국을 ‘골드 차이나’로 부르는 오라클은 중국 내 R&D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황금의 땅’ 중국에 대한 오라클 본사의 기대는 차기 IT 시장의 이슈로 부각된 리눅스에서도 여실없이 드러난다. 찰스 필립스 오라클 본사 사장은 중국과 일본, 단 두개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눅스’에 대해 “아시아 유일의 표준화된 리눅스 버전이 될 것이며 세계 리눅스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절대 지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아시아눅스에는 국내 기업이 아직까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눅스 1차 상용버전 출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어느 정도가 될지, 우리나라의 참여를 수용하는 중국과 일본의 진실성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혹 ‘아시아 표준’이란 명분을 살리기 위한 구색 맞추기는 아닌지 기우가 앞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지난 2001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결정을 비롯해 중국의 WTO 가입 확정까지, 온통 중국이 미칠 영향과 우리의 대응에 대해 한바탕 소란스러웠음을 기억한다. 3년이 지난 지금 이미 중국은 황금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또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상하이(중국)=컴퓨터산업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