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유통의 메신저 금지 유감

 LG유통의 ‘메신저’ 사용 금지 조치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LG유통은 최근 전산시스템을 새로 정비하면서 사내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를 전면 금지시켰다. 메신저가 근무 시간을 빼앗을 뿐더러 회사 업무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보안을 필요로 하는 생산공장 혹은 연구소도 아니고 일반 사무실에서 메신저 사용을 금지한 것은 아마도 LG유통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LG유통은 인터넷을 사용에 있어서도 특정 사이트는 접속을 못 하도록 조치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메신저 사용 금지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다. 회사 방침에 따라 얼마든지 좌우될 수 있다. 때때로 메신저가 단순한 소일거리나 잡담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경영자 마인드다. 메신저는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많다. 아예 메신저를 사내 커뮤니케이션으로 장려해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일부 사내 회의는 이미 메신저로 대체할 정도로 업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자리잡았다.

 지난 71년 창업한 LG유통은 LG25·LG슈퍼마켓·LG마트·LG백화점 등의 사업을 거느리며 유통업계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이 이면에는 LG유통이 자랑하는 지식관리시스템 ‘지(知)마트’가 있었다. LG가 지식시스템을 구축할 당시인 99년만 해도 유통업계에서 IT투자는 전무했다. LG가 선도적으로 이를 구축하면서 유통업계에서 유행처럼 IT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LG는 대다수 유통업체가 비용을 이유로 꺼려할 때 제일 먼저 공급망관리시스템(SCM)을 구축하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정보화에 발빠른 LG유통이기에 최근 일련의 조치는 이해하기 힘들다.

 올해부터 LG유통을 맡은 이 회사 대표는 유통업계에서는 드물게 공대 출신이다. LG상사 시절부터 영업 분야에 잔뼈가 굵어 현장을 중요시하며 조직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직 문화팀’을 신설, 사기 진작에 애쓰며 매달 전직원을 대상으로 ‘호프데이’를 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혹시나 LG유통의 경영 노트에 회사만 있고 정작 중요한 직원들이 빠져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

  디지털산업부·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