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포털 업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그 기세가 마치 폭발직전의 활화산에 비유될 만큼 거칠고 뜨겁다. 폭발이 일어나면 산세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뀌는 게 화산의 생리다. 요즘 포털업계에 불어닥친 업계 재편 움직임이 이런 활화산의 형국이라는 얘기다.
이런 움직임을 바로 보려면 대략 3가지 정도의 관전 포인트가 필요한 듯하다. 첫 번째가 거대 통신 인프라를 가진 통신사들의 움직임이요, 두 번 째는 막 불붙은 콘텐츠 확보경쟁, 그리고 세 번째는 포털 사업의 토대인 키워드검색서비스 경쟁이다.
키워드검색서비스 부분은 요즘 들어 그 동인이 많이 노출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메거톤급 폭발력을 안고 있다. 키워드검색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포털업계의 매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들은 이 댓가로 이들에게로 많은 로열티와 수익배당금을 지불해야한다. 그 중심에 키워드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오버추어와 구글이 있다. 이들은 느슨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포털들에 대한 집요하고 탄탄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포털업계가 앞으로 두 회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거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콘텐츠 확보 경쟁은 엊그제 파란닷컴의 5개 스포츠지 기사콘텐츠 독점 계약 사건으로 이미 서막이 올랐다. 파란닷컴의 이 느닷없는 이 쿠데타는 5개 스포츠지 기사 콘텐츠 값을 단번에 10배로 올려놨다. 계약이 만료되는 2년 후면 다시 5배, 10배로 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뿐인가. 제2, 제3의 파란닷컴이 경쟁적으로 출현할 것이고 콘텐츠 값은 계속 뛸 것이다. 콘텐츠를 값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포털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파란닷컴 사건이후 벌써 한 재벌그룹 계열의 기업이 인터넷포털 사업을 접게 된 것은 차라리 상징적이다.
통신사들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SK텔레콤, KT, 하나로텔레콤 등 거대 통신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들이다. 인터넷 포털은 원래 벤처기업의 영역이었다. 닷컴 붐이 절정이던 3∼4년 전만 해도 통신회사들의 포털분야 진출은 별 이슈가 되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지금까지도 이들은 포털시장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통신사들이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과 디지털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까지를 염두에 둔 유무선 통합포털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섰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동안 축적해온 인프라와 통신기술을 그냥 썩혀 둘리 만무하다. 개별적으로 해오던 모든 통신서비스들을 이제는 통합포털을 통해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요즘들어 부쩍 외국출장이 잦아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등 벤처기업 출신 포털 관계자들에게 나타나는 긴장감을 통해서도 읽혀진다. 통신사들의 움직임은 그래서 업계 재편 그 자체를 넘어서는 더 큰 의미가 있다.
포털업계의 최근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포털들과 신흥 포털간 주도권 경쟁이 임박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서는 미래의 포털사업자는 어떤 형태로든 강력한 기술력과 자본력 그리고 거대 통신인프라 등 3박자를 갖추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겉으로 드러난 산술적 우위만을 들어 어느 한쪽의 승리를 예단하려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만난 한 통신회사 계열 포털업체의 신임 대표의 말은 새삼 ‘장군감’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회사 대표를 맡은 게 나중에 본사(통신회사) 대표가 되기 위한 경력관리 코스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복귀요? 생각 없습니다. 5년 내에 우리회사(포털)를 본사보다 더 크게 키울테니까요!”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