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의 일본 진출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아직 일부 특수분야로 한정돼 있지만 국내 업체들이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분야의 강국인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이번 일본 진출이 해마다 누적 폭이 커지는 대일 무역적자 해소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동안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우리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일 무역적자는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90억달러를 넘었던 대일무역적자는 올해 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시장 진출은 대일 무역적자 개선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반도체 장비산업의 국산화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잘 아는 것처럼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장비분야는 국산화가 저조해 해외 의존도가 높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미만이다. 전 공정 부문은 8%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우리 업체들이 일본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 진출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우리가 독자기술 개발에 주력할 경우 그 분야의 종주국 시장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소득이다. 특히 대만과 중국에 이어 일본시장에까지 진출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해외 시장 진출시 우리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무엇보다 해당업체들이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독자기술 개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나름대로 이 분야 육성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일본 시장 진출을 계기로 정부와 업체는 더욱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이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이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고 시장도 확대할 수 있다.
그러자면 다음 몇 가지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해당업체들은 확고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 아래 일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특히 특허등록과 관리에 허점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만에 하나 특허관리가 미흡할 경우 이제까지 땀흘린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정부도 해당 분야의 특허분석 자료나 대응방안 등에 대한 업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제품의 신뢰성 향상과 독자기술력 향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업들의 지속적인 원천기술 개발은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다. 제품의 신뢰성이나 고객서비스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기존 제품의 취약한 분야에 대한 보완은 말할 것도 없고 앞선 기술분야에 대한 경쟁력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 해외시장 다변화도 이런 조건을 구비해야 가능한 일이다.
셋째, 정부는 장비업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펀드를 통해 투자여력을 늘리고 기술력 향상을 위한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개발을 위한 전문인력 육성도 필요하다. 제품의 신뢰성 평가나 해외시장 진출시 애로사항은 즉시 해결해 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부품 소재 분야의 대형화 및 전문화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 일본시장 진출이 대일 무역적자 폭을 줄이는 동시에 부품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