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하나로텔레콤, 묘한 냉기류

지난해 유무선 통합시장을 겨냥한 포괄적 제휴로 통신업계의 주목을 받은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간에 최근 모호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주위의 견제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제휴를 맺은데다 지분 관계, CEO들간 개인적 친분까지 고려한다면 지금쯤 협력 구도가 가시화할 만한데 예상과 달리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통신·방송 융합 등 신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도권 싸움을 팽팽하게 벌이고 있다. 미래가치 담보를 위해 신규 사업권 경쟁에서 한치 양보도 없는데다 통·방 융합시장을 바라보는 양사의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쟁사들은 주위의 견제를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적 ‘홀로서기’일 뿐, 양사가 머지않아 급속한 협력 행보로 통신시장 재편에 핵폭풍이 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휴대인터넷, ‘헤게모니 쟁탈전’=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간 이해관계가 가장 엇갈리는 부분이 바로 휴대인터넷 사업권 확보. 유선사업자 중심으로 2개의 사업권을 배정해야 한다는 하나로텔레콤의 입장과 무선시장의 보완 개념에서 휴대인터넷사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SK텔레콤의 주장이 맞섰다.

 지난 1년여간 휴대인터넷 사업 추진과정에서 하나로텔레콤은 정부가 주파수 절반을 독식하고 있는 SK텔레콤에 더 추가할당하는 것은 독점력 가속화라며 ‘주파수 총량제’를 실시하자는 반대의사까지 표명했다. 이 때문에 양사간 협의 테이블은 마련되지 않았다. 여기에 사업자수도 2∼3개 압축되면서 자칫 어줍지 않은 협력의 행보를 보였다간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텔레콤 측은 “휴대인터넷은 반드시 유선사업자에게 줘서 시장경쟁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면서 “가용자금도 신디케이트론 등을 통해 8000억원 정도여서 굳이 돈 때문이라면 SK텔레콤에 손 내밀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소비자 후생이나 시장활성화를 위해서는 자금 여력과 경험이 있는 기업이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통·방 융합에도 다른 행보=최근 하나로텔레콤의 방송시장 진입에 대한 움직임이 빨라졌다. 지난 20일 윤창번 사장이 주재하는 가운에 전략부문, 기술부문 등 관련 임직원들이 모여 방송시장 진입전략에 대한 내부 워크숍을 가졌다. 플랫폼 구축에서부터 콘텐츠 확보, 규제 이슈 대응 등에 관한 세부적 전략까지 오고 간 이날 회의에서 하나로텔레콤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의 제휴를 바탕으로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VoIP), 방송을 통합하는 TPS를 제공하는 데 이어 IPTV까지로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지난해 유선망 확보와 디지털멀티미디어센터(DMC) 사업차원에서 추진해왔던 SO와의 제휴를 최근 중단했다. SO가 인수가격을 높게 부른데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한 것. 하나로텔레콤이 SO와 제휴를 선제 공격한 것도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 SK텔레콤은 위성DMB 등을 통해 방송사업에 직접 진출하고 콘텐츠를 확보하기로 했다.

 ◇따로 또 같이=양사의 최근 분위기에 대해 통신시장 주변에서는 “겉으로 냉기류일 뿐 장기적으로는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또 한쪽에선 “하나로텔레콤이 SK텔레콤과 일정 거리를 두고 독자 행보를 견지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의 지분을 장내에서 매집해 2대 주주로 부상한 것이나 번호이동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 등은 전격적인 협력을 위한 수순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쟁사 한 관계자는 “하나로의 외국인 대주주가 기업경영에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고 주가 관리를 위한 새 돌파구를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양자간 협력구도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