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채널정책과 방송의 균형발전

지난 19일 방송회관에서는 ‘방송채널정책 운용방안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방송채널정책은 사업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한 탓인지 방송채널정책 운용방안은 방송사업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선 방송위원회에서는 채널정책의 목표로 시청권 보호와 공익성 확보, 매체 간 균형발전을 위한 공정경쟁 구도 확립, 그리고 지역방송 육성과 로컬리즘 구현을 제시했다. 여기서 지역방송 육성과 로컬리즘 구현이 주요한 정책 목표로 제시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방송정책에 있어서 로컬리즘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로컬리즘은 ‘지역사회의 자기 표현’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방송위에서는 로컬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정책 방안들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공청회에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지역방송 채널에 대한 의무 재송신,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 재송신 허용, 지역민방 중 자체편성 50% 이상인 방송의 역외 재송신 허용 등 세가지의 중요한 쟁점 사항에 대한 논의가 집중됐다. 토론 참가자들은 쟁점 사항에 대해 다양한 논리로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고, 이러한 내용이 주요 일간지에도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각 쟁점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견지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전제로 언급된 사항들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토론 참가자들 대부분이 동의했듯이 SO의 지역방송 채널 의무 재송신 입법문제는 지역 지상파방송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 재송신 문제는 이를 허용할 것인지 또는 허용하지 않을 것인지를 논의하기 전에 스카이라이프가 지금까지 수용자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사업 신청서에 제시했던 사항들을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해 왔는지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재송신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이와 관련하여 타지역의 지상파방송 신호를 수신제한하는 시스템(CAS)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이를 누가 어떠한 방법으로 관리하고 감시·감독할 것인가 하는 점을 분명하게 정해 놓아야 한다.

 더불어 중요한 문제는 이번 기회에 SO의 자체채널에 대한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정책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SO는 자체 채널을 통해 주민들에게 지역밀착형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방송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방송위는 SO가 지역사회 정보문화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지역민방 중 자체편성이 50% 이상인 방송의 역외 재송신 허용 문제는 현시점에서 볼 때 경인방송(iTV)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역민방의 활성화와 직접 관련돼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즉 이 방안은 지역민방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콘텐츠 제작 능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서 로컬리즘 구현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경인방송의 프로그램을 권역 외로, 특히 수도권으로 재송신하도록 하는 것은 SBS와 차별화된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선택권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방송위의 이러한 정책이 단기적으로 특정 방송사만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불식하고 장기적으로 지역민방 전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자체 편성비율 50% 이상, 직접 제작 프로그램 편성율 20% 이상’이라는 전제조건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의 방송시장은 매체 간의 경쟁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매체 간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환경이란 케이블TV, 위성방송, 지상파방송 등과 같은 매체가 상호 차별화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방송위는 각 매체들이 차별적인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의 복지를 높일 수 있도록 채널정책을 세밀하게 보완해 결론지어 줄 것을 기대한다.

 <정상윤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 sychung@kyung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