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에 따르면 2004년도 PC와 모니터 재활용의무량은 각각 지난해 10만대씩에서 올해 14만대, 17만대로 확대, 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다 환경부가 오는 2006년부터 프린터 복사기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품목에 포함하는 내용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면서 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회 및 환경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들 제품의 환경 유해성을 지적하면서 EPR 품목 지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고PC 유통실태에 관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재활용 쿼터량과 부과금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회수율이 가장 낮은 PC의 시장 특성을 반영한 탄력적인 정책운영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생산자회수의무제 도입도 검토 대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는 고객이 제품 수거를 요청하면 해당 PC 제조업체가 회수하는 방식으로, EPR에 비해 업체들의 부담이 다소 해소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PC 및 모니터는 EPR 대상품목 가운데 수거율이 가장 낮아 관련업체들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마다 수명이 다한 중고PC 물량은 50만∼100만대로 추정되고 있으나 중고PC는 유가성이 높아 정작 리사이클링센터로 들어오는 물건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체 시설을 갖춘 중간 수거상들이 중고 및 폐PC에서 하드디스크, PCB, 메인보드 등 주요 부품을 추출, 판매하면서 중고PC 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업체들은 호소한다. 실제로 중고PC 10대를 재활용하면 일정량의 금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선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래된 노후기종도 뜯어보면 쓸 만한 부품이 많아 국내에서 버려지는 중고PC는 대부분 민간업자들에 의해 산업용 부품으로 재생되거나 동남아시아로 수출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의무할당량 마감이 다가오는 연말(11∼12월)에는 쿼터량을 채우기 위해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폐PC를 1대씩 들고 오는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이 가능한 PC도 회수, 리사이클링센터로 보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PC업체들은 각 회사에 부과된 의무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자체 대리점과 학교, 공공단체에 중고PC를 보내달라고 협조요청을 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쿼터량을 채우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kg당 165원(대당 약 2500∼3000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관계자는 “PC의 경우 유가성이 높아 중고와 폐기물의 구분이 모호한 특징을 갖고 있다”며 “현실을 반영한 정책수립과 탄력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생산자 및 정부가 적절한 역할분담을 할 수 있는 환경 관련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