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메이저 빅3간(노키아·삼성전자·모토로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2, 3위 휴대폰업체인 모토로라와 삼성전자가 최강 노키아와 격차를 줄이면서 하반기 시장의 혼전을 예고했다.
노키아·삼성전자·모토로라 등 빅3의 상반기 실적발표를 종합한 결과,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는 매출, 영업이익, 공급물량 등을 크게 높인 반면, 노키아는 공급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실적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간판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이익률에서 노키아를 밀어내고 업계 1위를 기록, 하이엔드 휴대폰의 대명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모토로라 약진=삼성전자는 상반기에 올림픽 마케팅 비용 증가와 연구개발 증가 등에도 불구하고, 21.4%(7억9200만달러)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휴대폰 시장이 예상보다 규모가 커지면서 업체간 가격경쟁이 치열하고 벌어지고 있지만, 고급 브랜드 이미지로 하이엔드 시장에 주력, 업계 최고의 이익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업계에서 영업이익률 20%를 넘긴 곳은 삼성전자 한 곳 뿐이다. 삼성전자는 대당평균판매가에서도 185달러를 기록, 이 부문 1위를 이어갔다.
모토로라의 약진은 의외다. 연초만 해도 올해 모토로라는 상당한 고전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90년대 중반 노키아에 업계 1위를 자리를 내 준 이후 줄곧 하향세를 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유럽에서 GSM 휴대폰을 히트시키며 부활을 예고했다. 모토로라는 상반기에 판매량 상승과 함께 최대 취약점이었던 영업이익률을 5%포인트(P) 가량 끌어올렸다.
가격경쟁속에도 대당평균판매가격도 20달러 가량 끌어올렸다. 미이크 자피로프스키 모토로라 사장은 21일 기업설명회(IR)에서 "최근 휴대폰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매출이 25∼30%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키아 “부진”=삼성전자와 모토로라의 약진은 노키아에 타격을 입혔다. 노키아는 1분기 신제품 출시 지연, 2분기 가격인하로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 판매단가 등이 모두 떨어졌다. “노키아가 정상의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키아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16.7%를 기록,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P 가까이 떨어졌다. 판매량은 1000만대 가량 늘어났지만, 매출은 1억달러 가량 줄어들었다. 평균판매가격도 32달러 떨어진 136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노무라증권 리차드 윈저 연구원은 “노키아가 경쟁업체들의 도전으로 이익과 주가가 장기간에 걸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시장 혼전=상반기 세계 최강 노키아의 부진과 2, 3위 모토로라와 삼성전자의 약진은 하반기 휴대폰 시장을 혼전으로 몰아넣고 있다. 노키아는 영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인하와 같은 극약처방을 잇따라 내놓고 있고,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는 상반기의 상승세를 하반기에도 이어갈 계획이다.
빅3의 충돌은 지멘스·LG전자·소니에릭슨 등 상위권에 랭크된 메이저 휴대폰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와 제품력에서 밀리는 이들이 빅3와 피를 말리는 생존을 벌여야 할 판이다. 제품은 삼성전자의 주도속에, 가격은 노키아와 모토로가 이끌어 갈 공산이 크다. 업계 전문가들은 “빅3 모두 하반기 선전을 장담하고 있어 휴대폰업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치열한 5위 다툼을 벌이는 LG전자와 소니에릭슨도 각각 매출과 이익률을 높이며, 4위 지멘스를 압박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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