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의 주요 신문은 약속이나 한 듯 한·중·일 IT 장관 회담을 보도하지 않았다. 전국지인 아사히신문이나 마이니치신문은 물론 상대적으로 이번 회담을 중요하게 처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한·중·일 IT 장관 회담 소식을 단신으로조차 싣지 않았다.
삿포로에서 열린 탓인지 그나마 지역 신문인 홋카이도신문에서 이 회담을 3단 기사로 다뤘지만 내용을 보면 황당할 따름이다. 신문은 회담이 열렸다는 사실을 간단히 언급한 후 일본이 한·중·일 IT 협력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기사의 대부분을 채웠다. 회담의 성과나 의의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한국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홋카이도신문은 ‘한국과 협력하면 오히려 중국 시장 진출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기업인의 말을 인용하며 ‘일본이 기술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력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중·일 장관 회담에 이어진 한·중 장관 회담에서는 양국 기업인들이 배석해 협력 의지를 다졌지만 한·일 장관 회담은 관료끼리의 형식적 회담에 그쳤다. 개별 회담에 기업인을 참가시키자는 우리 요청을 중국 측은 받아들였지만 일본은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총무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다 효율적인 회담을 위해 기업인을 배제했다”고 밝혔지만 우리측 관계자는 “일본 기업 쪽에서 난색을 표명했다는 말이 있었다”고 이면에 숨겨져 있는 까닭을 전했다.
한·중·일 3국은 세계 IT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단지 IT업계가 성장하고 있는 것뿐 아니라 IT 시장의 규모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중·일 3국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각 국이 많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경쟁이 당연하지만 협력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음 회담에서도 일본 정부와 기업이 열린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영화에 사로잡혀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삿포로(일본)=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