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휴대폰, 반도체 등 첨단 IT 분야 하이테크 업체들의 매출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쟁 심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최근 어닝시즌을 맞아 선마이크로시스템 TI 등 업체들은 괄목할만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IDC와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음악,사진, 비디오 등 디지털 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콘트롤할 수 있는 PC업그레이드 수요가 증가하면서 올해 PC분야 15%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IT 인프라 관련 산업의 선행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에 올해 최저치인 1900포인트대 까지 하락, IT산업에 어두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의 경우 서버 출하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분기 성장률은 단 4%에 그쳤다. 이는 IT거품 붕괴 기간 동안 대형 서버 공급업체 중 컴팩만이 지난 2002년 HP에 합병되는데 그치면서 경쟁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다 PC메이커인 델이 서버와 스토리지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경쟁 체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란게 FT의 분석이다. 이같은 요인 때문에 선의 최근 주가는 지난해 수준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다.
델과 HP의 경우 PC 시장에서 한창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두 회사는 서버나 서비스 판매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용 PC구매자들에게 ‘특별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도 불사하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들도 비슷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신세대 중심의 휴대폰 수요 증가에도 불구 노키아·모토롤라· 삼성전자· LC전자 등 빅4간의 시장 점유율 경쟁은 판매가격과 적정 마진 확보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스미스 바니의 애널리스트 다릴 암스트롱(Daryl Armstrong)은 “노키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격 경쟁에 들어가지않는다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수 없다는 게 IT업계가 처한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런 종류의 가격 압박은 부품 업계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HDD시장을 이끌고 있는 양대산맥인 시게이트와 맥스터는 지난주 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했다. 컴퓨터 업체들의 주문 실적이 비교적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맥스터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분기 75달러에서 71달러로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맥스터 주식은 지난 1월 주당 15달러에서 5달러 이하로, 시게이트 역시 31달러에서 12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판매자 시장인 반도체 분야도 상황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인텔, 삼성, TI,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은 분기 실적면에서 우수한 실적을 냈지만 투자자들은 경쟁으로 인한 가격 압박을 걱정하고 있다. FT는 내년도 반도체 산업은 재고 자산의 증가와 대형 팹의 본격 가동으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