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상생경쟁`은 왜 안하나

 날씨가 덥다. 연일 찜통이다. 저녁에는 열대야다. 일부 지역은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침수 등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경제는 더 나빠진다고 한다. 이래 저래 걱정거리만 쌓인다. 웃을 일이 별로 없다. 이런 판국에 정치권은 연일 논쟁만 벌인다. 국민의 불쾌지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옛말에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다. 이제 정치권의 싸움을 멈추게 해야 한다. 현안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활발한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그것이 국민의 일상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언어 품위가 떨어지고 과격해 진다. 본질이나 대안보다는 인신공격이나 감정대립으로 치닫는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는 미묘한 향과 같다고 한다. 채근담에도 ‘한 마디의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천 마디의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런 경구를 무시한다. 세련되고 절제된 표현, 논리적이며 정감있는 표현, 감정보다는 본질적인 문제 제기, 인격 모독이 아닌 대안이나 방안 제시하는 자세나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말꼬리 잡기, 지엽적이고 인신 공격적인 말이 난타전을 벌인다. 누가 봐도 언쟁 이상의 이상의 가치를 갖지 못한다. 탈무드에 ‘인간의 입은 하나인데 귀는 두 개다. 그것은 말은 적게 하고 남의 말은 두 배로 들으라’는 말이 있다. 말을 경청하고 수용하기보다는 배척과 반박, 상대 흠집내기에 열중하니 언어에 해학이나 품위가 있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논쟁이나 할 만큼 한가롭고 여유가 있는가. 아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화급한 위기라고 한다. 제조업의 수익성은 급락해 이자 감당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실업난에다 고유가, 원자재난, 내수침체 등 모두 근심덩어리다. 제조업에 이어 이제는 증시까지 공동화가 우려된다고 한다.

 지금은 밉거나 곱거나간에 함께 살면서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대다.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 아무리 삶에 전형이 없다지만 디지털로 접어든 지금은 공존과 상생이 삶의 기본 자세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에서 서로 주고 받을 때 편리함과 윤택함,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정보를 공유하고 교환해야 재생산이 가능하다. 제품의 판매나 주문, 배송, 금융거래까지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공존관계가 무너지면 디지털 사회는 제 기능을 못한다.

 한 때 정치권이 상생을 강조했을 때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바로 이런 시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권이 상생 대신 상쟁에 치중한다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고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처사다. 국민은 건망증 환자가 아니다. 화급한 경제문제를 제쳐놓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계속한다면 정치불신은 극에 달할 것이다. 역사에서 확인하듯 권력이나 부 등 어느 것 하나 영원한 것은 없다. 소유권 변동이 심하다. 국민의 편에서 고민하고 행동해야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다.

 경제 회생이란 게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올인 해도 이루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을 곰상곰상하게 해야 한다. 여론을 중시하는 정치권이 국민소득 2만달러 조기 달성을 위한 경쟁은 왜 안 하는지 모를 일이다. IT839나 신성장동력, 과학기술 지원 등 일이 많지 않은가. 디지털 시대, 정치권은 공존과 상생경쟁을 해야 한다. 모두의 성찰을 촉구한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