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정부나 시민단체 등 외부의 지나친 개입이나 견제로 시름 시름 앓고 있다. 최근 대전지역 17개 시민단체가 원자력연구소를 겨냥해 열린 ‘원자력연 안전망 구축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발족 및 안전대책 촉구자리에서 국내 신약 3호 개발자이자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책임지고 있는 베테랑 연구원이 ‘방사능 오염 가능성’으로 문제가 된 ‘중수’를 직접 시음해 보이는 촌극을 빚었다. 지난 30년간 유치과학자로 국내에 들어와 연구에만 몰두해 온 이 연구원은 이 자리가 한없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시민단체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말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굴 의지하고 일을 해야 합니까. 국민을 위해 밤을 낮 삼아 일한 대가가 이렇다면 어느 누가 나서서 원자력을 연구하겠습니까.”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느 노 박사의 비애가 담긴 하소연이다.
또 다른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벌레를 잃게 된 초등학생의 ‘우화 같은 생물 과제’를 실제 사례로 들어 설명해 보였다.
“초등학생들이 생물 과제로 벌레 키우기를 실습합니다. 어떻게 자라는지를 관찰하는 자연학습입니다. 이 초등학생은 문구점에 가서 6만9000원을 주고 사슴벌레 애벌레를 사왔답니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에게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었답니다.”
이 연구원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친구들이 찾아 올 때마다 이 초등학생은 애벌레 통을 열어 보이고, 또 얼마나 자랐는지를 하루에도 열댓번씩 확인하는 통에 결국 이 애벌레는 말라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였다.
혐오시설 연구를 한다고 해서 해당 연구원들을 다그치는 것은 시민단체만이 아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성장동력 사업의 진척을 하루 건너 체크하며 초등학생들이 어린 애벌레가 얼마나 자랐는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보고 또 보듯 매일 따져보고 들여다 보길 원하고 있다.
애벌레가 결국 말라 죽을 수밖에 없었던 ‘초등학생의 우’를 국민이나 정부 모두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느낌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