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변화하는 게임산업과 기업 역할

문화관광부가 최근 발간한 ‘200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은 소비자 매출 기준으로 전년대비 15.8% 성장한 3조9000억원의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장률은 지난해 GDP 성장률(3.1%)의 5배를 넘는 것으로, 오는 2006년에는 5조70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으로 올해 처음으로 1조원 시장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듯 게임산업분야에서 한국이 보여주고 있는 발전상은 외면적으로 매우 눈부시다 할 수 있다. 작년 기준으로 세계 게임시장에서 국내 게임시장은 5.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온라인게임은 세계 시장의 31.4%를 점유하면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임산업이 한국 문화산업의 대표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외면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게임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또한 많다. 단기간에 급성장한 게임산업은 이를 지탱해 나갈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인력 문제다. 시장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필요한 게임PD, 마케터 등 고급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 인력 부족은 자연스럽게 핵심기술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서버와 네트워크 기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섰다고 평가되지만 게임엔진, 게임그래픽 등 핵심 응용기술은 취약하다.

 다양성도 문제다. 성별·세대별 특성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미흡하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게임장르가 지나치게 전투형 RPG에 편중,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수익모델도 천편일률적이서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문제를 떠나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급변하는 게임산업 환경에 부응하는 제도 마련 역시 시급한 문제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과 관련,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게임기업들의 자발적 노력이다. 취약한 산업적 기반의 1차적인 책임은 게임기업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국내 게임기업들 간에는 경쟁의 심화 속에서 시장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기존 게임산업의 틀 안에서는 시장 파이 확대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일수록 취약한 산업적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 게임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전략에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게임산업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게임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적 자원의 효율적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점차 세분화되고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게임산업 영역에 더는 ‘한탕주의’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게임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합리적인 내외적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고 능력개발과 사기를 북돋우는 기업문화의 육성과 함께 조직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기능 위주의 재교육을 뛰어넘어 기존 업계 종사자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재교육까지 교육기반의 확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시장 파이 확대를 위해서는 건전한 게임문화의 정착에 앞장서는 동시에 핵심 응용기술과 콘텐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게임의 장르를 개척하고 과학적인 수요조사에 기반을 둔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게임산업이 문화산업의 핵심이자 국가 성장의 동력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국내의 게임산업은 가능성과 문제점이 공존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게임기업, 정부, 학계, 관련 단체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며 특히 게임기업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새로운 비전을 정립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 서원일 넥슨 사장 wisuh@nex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