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통합 규제는 요원한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인터넷TV(IPTV) 등 통신과 방송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일원화해 달라는 산업계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당초 연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통방융합위원회’ 준비 작업이 헛바퀴를 돌고 있다.
참여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통방융합위원회는 관련 산업육성과 규제 최소화를 위해 국회에서도 관심을 가졌으나 지난해 국무조정실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이 한차례 기초 조사를 한 이후로 한치 앞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통합의 당사자인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문화관광부도 연내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내부 연구조사만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상반기 예상했던 위성DMB도 관련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상용서비스가 10월께로 늦춰졌고 통신사업자들은 통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방송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해 달라며 건의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정통부방송위 “원칙은 동의, 득실은 가려봐야”=정통부와 방송위는 모두 기술발전에 따른 신규 IT컨버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양자간 결합되는 부분에 대한 규제는 단일화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통부가 ‘통방융합위원회’를, 방송위가 ‘방통융합위원회’에 대해 각각 내부 세미나를 진행하며 방안을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 급속한 기술 발전은 양자를 자연스레 단일 테이블로 이끌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의 규제기관 통합 움직임도 이들을 자극하는 한 요인이다.
방송위는 미국의 FCC와 영국 OFCOM 형태나 헌법기관 또는 독립행정기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나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 기존 방송위의 위상을 축소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통신과 결합되는 부분의 규제를 가져오고 싶은 것.
정통부 역시 통신시장에 대한 정책 마련과 집행, 규제를 동시에 진행하고 싶은 내심이다.
이 같은 양 기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다보니 자칫 앞서 나서서 통합하자는 얘기를 하는 쪽이 불리할 수 있어 논의 테이블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해외 사례를 조사하면서 논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정통부는 별도로 ‘통방융합서비스법’을 정부 입법형태로 마련하겠다는 계획 아래 기초 작업을 진행중이다.
◇국무조정실-청와대 “아직 잠잠”=정부조직 혁신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청와대이나 국무조정실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움직임도 아직 잠잠하다. 지난해 규제기관 재배치 차원에서 검토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행보가 없는 것.
현재 혁신위는 금융규제 쪽 개편에 집중하고 있는데다 최근 위원장이 바뀌면서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무조정실이나 청와대 역시 그동안 정통부와 방송산업계의 디지털TV 전송방식 합의를 독려하는 데 신경을 썼던 상황인데다 언론계와의 관계 개선 등이 걸려 있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방송위와 정통부는 상위조직에서의 조율을 바라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양측이 모두 청와대 업무 보고 등을 통해 기초 작업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언제 본격화될 지는 상위 기관들의 결정에 달린 듯하다.
◇업계 “신규 서비스 늦어져 답답”=정부의 늑장 대응에 답답한 것은 산업계다.
위성DMB 사업을 준비해온 티유미디어의 경우, 지난 연말 방송법 개정에 힘입어 이달에는 상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행령 개정작업이 길어지면서 9∼10월이나 돼야 서비스가 가능할 예정이다. 여기에 경쟁매체로 여겨지는 지상파DMB가 빠른 행보를 보여 불안해하고 있다.
통신시장의 정체를 탈출하기 위해 통신과 방송이 결합된 TPS를 준비중인 유선 사업자들도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줄 수 있는 틀거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은 “IT강국의 위상이 통신과 방송 컨버전스에 대한 규제의 불투명성으로 흔들리고 있다”면서 “산업활성화와 소비자 후생 등을 고려한다면 규제를 최소화하고 투명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