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정촉기금 개선 대책`의미

운영 8년 만에 정보화촉진기금에 대한 대수술이 시작됐다. 그동안 기금 운영과 관련해 잡음이 심심찮게 이어져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감사원의 감사가 결정적이었다. 정통부가 이날 내놓은 개선대책도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그렇다고 세계 최고의 IT인프라 구축에 큰 힘이 됐던 정촉기금의 기능까지 평가절하해선 곤란하다는 게 정통부와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선 자칫하면 기금 운영의 경직성을 불러와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는 IT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까지 끊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증폭됐다.

◇그들만의 ‘젖줄’=이날 감사원이 발표한 정촉기금 감사결과는 정보화 및 벤처산업의 `젖줄`이 일부 관계자와 기업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데 쓰인다는 세간의 의혹을 확인시켰다.

정통부의 모 국장급 인사는 과장 시절 모 회사에 출연금 14억여원을 지원하고 자신의 형수명의로 이 회사 주식을 싼값에 사서 되팔아 1억1000여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모 국책연구기관의 본부장은 기술을 전수해 준 업체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주식 3만5000주를 헐값이 사들여 되팔아 4억여원의 매매차익을 실현했다.

감사원은 상당수가 비상장 주식 소유한 사실을 파악했으나 업무 관련성이 적어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만한 운영도 문제다. ICU 기숙사 건축을 위한 자금 100억원을 중복 지원하고 전자상거래 과정을 신설한 지 3년 만에 폐지해 18억원이 낭비했다.

◇정통부, “일방적인 매도는 곤란”=기금 운영의 관리감독 기관인 정통부는 일부 직원의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마치 ‘비리 소굴’ 인 것처럼 보는 바깥의 시각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감사원 적발 내용은 대부분 벤처붐 시절의 일이며 내부에서도 문제가 됐던 것들”이라면서 서 “적어도 최근엔 이러한 비리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개인 비리일 뿐 조직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해명이다.

실제로 정통부는 지난 2000년 이후 결성된 투자 조합의 비 IT기업 투자와 상장 주식 취득을 금지했으며 동일 기업에 대한 중복 지원을 감시하는 체제를 가동중이다. 또 지난 2002년부터 기금 과제 수행기관선정과 연구결과 평가 과정에 공무원 참여를 배제했다. 올초엔 기금관리업무와 사업집행업무를 기획관리실과 정보통신정책국으로 분리했으며 이달엔 클린행정서약,사후민원 애프터서비스,부패방지가이드 발간 등의 교육을 실시했다.

◇우려되는 기금 운영 위축=정통부 종합대책의 골자는 업무 처리의 투명성을 높여 비리의 발생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재산등록 대상자 확대,출연지원총량제,3년 주기 기금 지원 일몰제,정보화와 연구개발사업 분리,민간 감시 강화 등의 대책들이 그렇다. 기금의 용도도 R&D에 집중키로 했다.

제대로 시행하면 비리는 더 이상 발붙이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유연한 기금 운영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자금 지원은 대기업보다는 중소벤처기업들에 더욱 절실하다. 기술평가체제가 거의 전무한 실정에서 잠재력 뿐인 벤처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기업들에게 적은 자금이라도 지원하려 해도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담당 공무원들도 지원을 꺼릴 수 밖에 없다.

기금을 R&D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것도 국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부 대기업에게만 유리하다는 비판도 있다.

‘받지 못하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운영이 방만해선 안되지만 ‘대기업만의 기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