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서 헤매는 것도 올해 말이면 어느덧 10년이나 된다. 1995년 1인다유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할 때, 단군 이래 최대호황을 구가하는 듯했으나 이러한 기쁨도 잠시, IMF 때는 오히려 1만달러 이하로 추락했다. 다행히 그 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작년에는 1만2000달러까지 올라가기는 했다. 우리는 과연 2만달러 시대의 꿈을 실현할 능력이 있는가, 있다면 구체적 해결책은 무엇인가. 답은 바로 우리의 IT산업이며 그 원동력이 되는 IT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출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9년 이후 25%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30%에 육박했다. 이 중에서 메모리 반도체, 평판 디스플레이, 휴대폰, 컬러TV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40%대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목표 중 5000달러를 IT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IT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승승장구하는 IT산업체에 비해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의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5월 4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세계 60개국의 국가경쟁력 비교 중 교육 부문 평가인 ‘대학교육이 경제적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가’에서 우리나라는 59등을 차지했다. 또 작년에 전경련이 300여개 회원사의 인사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대학에서 인재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에 불과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54%였다. 잘못하고 있는 분야로는 특히 ‘실습 및 현장 교육 부족’ ‘커리큘럼의 현실성 부족’ ‘교수 방법의 잘못’ 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의 지식과 기술이 기업체가 원하는 수준의 26%에 불과하며, 나머지 부족분 70%를 결국 입사 후 사내 재교육을 통해 확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기간은 25개월이고 경비는 대략 1조8000억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과연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가. 최근 세계 각국의 경제 운영은 ‘국가간 인력의 상호 인정에 의한 자유 이동성 보장’을 포함하는 WTO 및 FTA 협정을 준수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엔지니어들은 이를 근거로 국제적 모임 활동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모임기구로 2년마다 회의가 열리는 IEM을 꼽을 수 있다. 이 기구 내에는 다시 엔지니어들이 실질적으로 각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취업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APEC Engineer Accord 및 EMF와 선진국간의 상호 학력 인정협의체인 WA(Washington Accord) 등 두 가지로 나뉜다. WA는 산업체의 요구 사항을 대학교육에 즉각 반영토록 하고 또 산업체의 요구 수준대로 대학 교육이 제대로 도달했는지를 평가하는 평가 시스템을 갖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공학교육을 글로벌스탠더드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IT교육도 이제 이러한 세계 기준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고 WA에서 제시하는 세계적인 공통 기준으로만 교육해서는 의미가 없고 그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가를 그들의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WA 회원국이 돼야 한다. 회원국이 되면 회원국은 서로 학생들이 어느 나라에서 교육을 받았든 상관없이 회원국 내 어느 나라에서 취업을 하든 자국의 대학 학력으로 인정, 학력에 대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웃 일본을 포함한 선진 12개국만이 이 기구에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프랑스, 러시아, 인도 등 수많은 나라가 이곳 회원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IT산업 중 비메모리, 콘텐츠 게임, SW, 인터넷 장비 등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분야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 가운데 하나는 국제 표준화된 대학 IT교육이라 본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학의 IT교육이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국내용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교육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이렇게 될 때 국민의 염원인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우리 IT가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홍의석 한국공학교육인증원 부원장·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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