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의 이중규제

지난주 TV홈쇼핑 사업자를 겨냥한 공정위의 시정 명령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홈쇼핑업계는 이 조치가 TV홈쇼핑을 둘러싼 방송위와 공정위의 대표적인 ‘이중 규제’라며 격앙된 분위기다. 비록 정부부처와 불편한 관계가 지속돼 봐야 득될 것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대놓고 비판은 못하지만 내심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주, 자체 조사를 통해 홈쇼핑업체가 허위 과장 광고로 소비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며 13개 업체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허위 광고 수위가 일반 광고보다 훨씬 심각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홈쇼핑업체의 불만은 단순히 허위 과장 광고의 기준 혹은 처벌 수위 때문이 아니다. 정작 아쉬운 점은 공정위가 이번에 적발한 사례 대부분이 이미 방송위에서 한 차례 제재를 받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공정위에서 적발한 모 홈쇼핑의 ‘알칼리 이온수’ 광고는 이미 방송 다음 날 방송위에서 문제가 돼 하루 만에 중단한 프로그램이다. 담당 프로그램 MD도 이와 관련해 사의를 표한 상황이었다. 이 밖에 다른 홈쇼핑의 위반 프로그램도 방송 당시 대부분 방송위에서 시정 명령 혹은 경고를 받았다.

 방송위는 공정위와 별도로 방송법에 따라 자체 모니터링팀과 심사위원을 두고 매월 사후·사전 심의 형태로 홈쇼핑 방송을 감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홈쇼핑업계는 허위·과장 광고에 매일 온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다.

 홈쇼핑업계는 한 마디로 방송위에서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을 공정위에서 다시 제재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TV홈쇼핑이 공정위의 주요 감시 대상에 오르면서 비슷한 사례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정작 홈쇼핑업체는 ‘괘씸죄’를 우려해 말도 못하고 이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면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

 시장 경제 질서와 공정 경쟁을 위해 때로는 이중, 그 이상의 규제도 필요하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면 모든 정부 부처가 달려 들어 이를 막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 경제도, 시장과 경쟁도 결국 기업이 대전제다. 명분뿐인 불필요한 이중 규제로 기업의 사기가 떨어진다면 건강한 시장 경쟁의 확립도 힘들 것이다. 가뜩이나 지금은 최악의 경기 불황기다.

 정부와 산업계의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디지털산업부·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