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과학기술부총리에 거는 기대

한민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장

 참여정부는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의 핵심적인 요소임을 인식하고 의욕적이고 다양한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이는 매우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청와대에 차관급 정보과학기술보좌관직을 설치한 것을 비롯, 작년에는 이공계 공직진출방안을 수립해 전문적인 과학기술 마인드를 국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등이 바로 좋은 본보기다. 지난 달 27일 과학기술부총리제도를 신설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과학기술기본법 등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과학기술부를 부총리 부처로 승격시켜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서 분산돼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 관련 산업·인력·지역 혁신정책을 총괄 조정토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재정여건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예산의 5% 이상을 R&D에 투입하고 있다. 올해 6조원을 돌파했고 내년에는 7조원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다. 선진국에 비하면 총액면에서 부족하지만 국력에 비해서는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다. 최근 우리는 과학기술투자에 대한 효율성 문제로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행정 부처별로 추진되고 있는 R&D사업의 중복여부 등에 대한 교통정리의 필요성 대두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개정 법안에 과학기술부에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 조항을 신설한 이유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R&D 조정·평가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과기 정책 전반에 대한 조율과 효율적 예산 집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 생각한다.

 과학기술부총리는 정부 부처의 R&D사업 전반에 걸친 책임과 예산편성은 물론 R&D사업의 평가 등을 총괄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떠받쳐 줄 투명하고 객관적인 미래지향적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부총리가 과학기술부 장관을 겸직하게 됨에 따라 타 부처에서 R&D 평가·예산 편성 및 배분에 대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근거 및 타당성을 담보할 만한 잣대가 필요하다. 소위 ‘선수’와 ‘심판’을 같이 하면서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합의 도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여건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R&D 활동이 눈부시고 상품화·실용화 면에서 탁월한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의 변화를 감안할 때 과학기술부총리는 국가 R&D사업에 대해 뚜렷한 미래의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R&D결과를 얻는 일에 집착하기보다는 취약한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부문의 R&D와 정부의 R&D를 차별화하고, 효율성과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어려운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과학기술인력 양성에의 집중적인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의 교육전문 주간신문인 ‘고등교육신문(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은 한국대학의 과학기술 연구역량이 10년 새 급성장했다는 내용의 특집기사를 최근 게재했다. 한국 대학의 연구역량을 상세히 분석하면서 연구진의 탁월한 SCI 논문과 연구성과물에 대해 격찬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의 원동력을 이 신문은 ‘두뇌한국(BK21)’ 등을 통해 대학원 체제를 개선하고 대학 재정 지원을 우수 연구대학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원의 연구능력에 비해 이공계 대학의 학부교육 등은 교육의 수요자인 기업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03년도 우리나라 공과대학 졸업생 수는 6만7000명으로 미국의 6만5000명보다 오히려 많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에 비해 거의 배에 가까운 공과대학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 전공별 미스매치는 물론 총량적인 면에서도 이공계 인력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과학기술부총리는 이공계 대학 정원조정 및 불합리한 입시제도 개선 등을 통한 과학기술인재 양성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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