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잠시라도 적을 둔 사람이라면 농촌의 푸근함과 아늑함에 고마워한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농촌이 잘 되기를 바란다. 특히 필자와 같이 농촌에서 자라서 도시에서 생활하는 어쩔 수 없는 ‘촌놈’은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최근 농어촌 발전을 명분으로 진행중인 농어촌 정보화 사업을 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농어촌 정보화, 당연히 필요하다. 낙후된 농촌을 정보화로 거듭나게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명분은 분명 농어촌 발전이지만 정작 농민을 위한 사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시나 몇몇 정부 정책 관료자만을 위한 현실과 거리가 먼 탁상공론 식의 정보화가 아닌지, 아니면 일부 시스템 구축 업체 만의 잔치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왜일까.
정부의 농어촌 정보화 사업은 농어촌 관련 부서가 모두 참여해 농어민의 소득을 증대한다는 목표 아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시작됐다. 하지만 현지에서 생활하는 많은 농어민에게는 아직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물론 일부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만 그만한 예산을 투자하면서 생색낼 정도의 성공 모델밖에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농어촌 정보화를 생색내기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단순히 장비를 납품하거나 설치하는 사업이 아닌 실질적인 농어촌 소득 증대를 위한 서비스 사업 이라는 쪽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사업의 주체는 농촌이고 농민이지, 정부 혹은 전산업체나 IT업체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이미 전국 곳곳에 깔린 초고속 망 덕택에 굳이 정부예산을 쓰지 않아도 대부분의 농어촌 가정에서는 젊은 자녀를 중심으로 인터넷을 사용중이다. 이런 인프라가 이미 갖춰졌음에도 인터넷 선로를 새로 증설하고, 장비를 보급하는 것은 예산 낭비다. 이보다는 어떻게 농어촌에서 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서비스 교육이 우선해야 한다.
농어촌 정보화 마을이라는 곳을 방문해 보면 대부분은 마을에 컴퓨터방 같은 것을 만들어 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 데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정 운영비로 많은 비용이 지출돼 결국 초기 시스템 사업자인 구축 업체에만 지속적인 수익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작 주인격인 농민은 한참 뒤로 물러나 있다.
농어촌 정보화 사업의 또 하나의 큰 축인 농어촌 생산물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정작 해당 생산물을 구입할 구매자는 그 마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생산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판매자인 농어촌 생산자 입장에서도 이미 많은 농수산물이 수입돼 가격만으로 구매자를 끌어 드릴 수 없다. 수입품과 가격 경쟁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도시의 구매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선 먼저 해당 생산지와 생산자를 구매자가 직접 방문해 서로 신뢰를 쌓는 작업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 다음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 구매 연결이다. 또 단순한 생산물을 판매해서 얻는 소득보다는 민박·농어촌 체험 관광 등 도시인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얻은 수익이 더 이익률이 높다. 오히려 발빠른 도시민은 농어촌에 펜션 등을 지어 현지 농어민을 관리인으로 두고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농어촌 정보화 사업이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 시스템과 장비만 공급하는 시행착오는 그만둬야 한다. 농어촌에 진정 도움이 되는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농어촌의 생산물을 판매해서만 농가 소득을 올리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부가 사업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 특히 민박· 농어촌 체험 여행 등 정보화와 맞물려 시너지를 올릴 수 있는 관광 사업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부가가치 높은 사업을 위해 정보화 사업의 실제 담당자인 IT업체뿐 아니라 정부부처도 다 같이 머리를 맞댈 때 농어촌 정보화의 성과가 농어촌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재철 웹투어 사장 master@webto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