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터넷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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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화(VoIP) 사업자들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망을 통해 음성통화를 데이터로 주고받는 VoIP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저렴한 통화요금과 음성 외에도 영상이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통신사업자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통신시장의 규제와 충돌해 하나 둘씩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KT 인터넷사업(ISP)과 시내전화 사업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대형사업자의 이해에 따라 서비스 도입이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MSN, VoIP서비스 전면중단=MSN메신저를 통해 VoIP로 음성통화 서비스를 제공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세계 26개국에 제공해온 서비스를 조만간 전면중단키로 했다. MS는 국내에서 KT와의 VoIP서비스 제공 계약이 끝나는 오는 15일 음성통화 서비스를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델타3·프리머스·넷투폰, 영국의 콜서브, 일본의 e액세스·플라라(NTT 자회사) 등과 계약을 맺고 제공해온 26개국 전역의 서비스를 조만간 모두 중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S 측은 서비스중단 이유에 대해 “지난 2001년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처음 예상보다 전세계적으로 이용자가 많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며 “서비스 자체가 너무 앞서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세계 26개국에 VoIP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각국의 규제와 정산방식이 서로 달라 사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끝에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도 활로 막혀= 국내에서도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KT가 이달 IP공유를 철저히 단속한다는 방침을 세워 사실상 ISP외의 VoIP 사업자는 설 땅을 잃게 될 위기를 맞았다. IP공유가 금지되면 VoIP를 위해 시내전화 이용료보다 비싼 돈을 들여 별도의 인터넷 회선을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VoIP와 경쟁관계에 있는 시내전화 사업자와 ISP가 동일한 사업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라며 “IP전화기 제조업체, VoIP서비스업체 등 중소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KT측은 “VoIP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치는 아니다”라며 “IP 공유로 인터넷 품질에 대한 불만과 망의 부담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기존 규제와의 충돌 때문=VoIP 사업이 자리잡기 어려운 것은 기존 통신규제와의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통부는 오는 9월 VoIP에 ‘0N0’ 식별번호 체계의 착신번호를 부여하고, 기존 시내전화 사업자는 시내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내전화 번호를 이용하려면 기존 전화(PSTN)만큼의 통화품질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사실상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0N0’번호를 이용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ISP에 대한 망이용대가는 물론 별도의 IP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어 서비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서비스에 기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진입을 막는다는 의미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측은 “시내전화번호의 경우 기존 시내전화 역무에 기술방식만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조건이 붙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책적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담반을 통해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