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케이블랩스(CableLabs)가 최근 오픈케이블 표준을 사실상 확정지은 가운데 일부 내용이 추가·변경된 것으로 알려져, 국내 디지털 케이블방송 표준 제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케이블랩스는 6월 29일자로 ‘OpenCable Host Device 1.0 Core Functional Requirments’의 확정안(Closed Specification)을 발표하고 오픈케이블 셋톱박스 표준을 확정지었다. 한양대의 박승권 교수는 “셋톱 이외에 DSG(DOCSIS Set-top box Gateway), 케이블카드, OCAP 등 주요 규격들의 경우 확정(Closed)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추가·변경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일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오픈케이블 표준이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확정안에는 케이블카드의 인터페이스 전송속도가 기존 20∼30Mbps에서 58Mbps로 강화되는 등 일부 내용이 보강돼 국내 디지털 케이블방송 표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추가·변경된 내용=눈에 띠는 대목은 케이블카드의 표준이 대폭 강화된 것. 확정안에는 멀티스트림이 규정됐다. 예를 들어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PVR)에서 현재 보고 있는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것은 물론, 다른 프로그램도 녹화할 수 있게 지원한다. 또 한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나타나게도 할 수 있다. 또 케이블카드의 인터페이스 전송속도가 싱글스트림의 경우 58Mbps, 멀티스트림 200Mbps로 상향 조정됐다. 전에는 없었던 케이블카드와 주문형비디오(VOD)간 인터페이스 규정이 삽입된 것도 특징이다. DSG의 경우 리턴채널을 케이블카드를 거쳐야하도록 명시되는 등 세부 내용이 보강됐다.
PVR도 오픈케이블 표준에 첫 등장해 주목된다. 셋톱박스 안에 내장형으로 PVR를 포함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미국에선 PVR이 시장을 형성하며 킬러 서비스로 성장할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어 이를 오픈케이블 표준에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국내 영향=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오픈케이블 표준을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확정안에서 추가·변경된 내용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나라 표준 제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표준안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맡아서 관련 업체들과 협의해 자율적으로 제정한다”며 “국내 방송사업자들의 요구나 국내 방송 환경에 따라 (미국 오픈케이블 표준을)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미국 오픈케이블 표준과 동일하게 갈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기 때문에 유사하게 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TTA의 이근구 디지털방송시험팀장이 미국 케이블랩스에 상황을 알아보러 나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표준 제정을 둘러싸고는 셋톱박스업체, 방송사업자 등 관련 업체들이 저마다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