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높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들이 납작 엎드려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검찰로 넘어가면서부터다.
비리와 관련한 구속자수도 예상했던 12명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 기관장 고발도 포함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40명설까지 거론하고 있다. 숫자는 검찰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40명설의 근거로는 검찰이 업체 10여 곳을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과 맥을 같이 한다.
수사 상황도 처음 U업체 관련자 구속에서 부당 주식취득 대상자로, 지금은 납품과 관련한 뇌물사건으로 확대돼 가고 있다.
ETRI 인사발령으로 보직 해임된 숫자를 역추산할 경우 구속자수는 대충 나온다. 현재는 전직 4명, 현직 2명 등 총 6명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연구원들의 시각은 어떠할까.
“잘못을 인정한다.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으려 한다. 다만, 이번 사태의 촉발점과 끝이 궁금하다.” ETRI 단장급 연구원의 말이다.
이런 의혹의 배경에는 지난 2002년 터진 U업체의 스카우트 비용 1억6000만원으로 인해 ETRI연구원 4명이 퇴사하고 정통부 관계자와 해당업체 대표가 구속되는 선에서 일단 봉합된 적이 있다는 점에 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배경을 놓고 4∼5가지 설이 무성하게 돌고 있다.
우선 감사원 감정을 ETRI가 건드렸다는 설이다. 일부 인사가 감사원에 전화해 적당히 하라고 충고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 고위부처의 일부 대학 출신자들이 연대해 특정대학 출신자를 곤란하게 하려는 헤게모니로도 보고있다.
셋째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분권과 관련, ETRI 이전을 1순위로 지목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과 연계해 가져가기 좋은 그림으로 만들려 한다는 소문이다. 이를 위한 기관장 흔들기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통상적인 공직자 차원의 사정이었는데 수사를 하다보니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엮여 나오고 있어 오히려 검찰도 당황하고 있다는 설이다. 이외에도 검찰의 납품비리 수사와 관련해서는 내부인 투서설이 돌고 있다.
설은 설일 뿐이다. 비온 뒤 땅이 더 굳듯 보다 단단해진 ETRI의 모습을 기대한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