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제조업 공동화 벤처 육성으로 막자

중소기업들이 인력난과 고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3000개 이상의 사업장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시장개척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해외이전을 했으나 최근에는 단지 국내의 인력난과 고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하고 있다.

 그동안 인건비가 상승하고 인력난이 가중돼 외국인 근로자들이 유입됐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한 것도 잠시일 뿐 이들의 임금이 국내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그러나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상승으로 해외로 떠나듯이, 머지않아 중국 등 해외로 떠난 우리 기업들은 현지의 임금이 상승하면 오도가도 못할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그것은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임금상승에 부닥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더는 낮은 임금에 의존하면 안 된다. 이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산소호흡기를 꽂아 몇 시간 더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중소제조업체들이 생존차원에서 해외로 이전을 가속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이 같은 해외 이전과 관련한 제조업공동화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한다면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당연히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과거 수년 간 신기술 벤처기업을 육성해 차세대 국가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목표하에 이들에 천문학적인 자금지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경제의 거품붕괴와 국내경기의 전반적인 침체가 겹쳐 벤처경기 역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활성화하는 데 있어 공통으로 지적되는 것은 자금지원과 인력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벤처기업에 대해 창업자금, IT보급확산사업자금, 운영자금 등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그 결과는 현실의 IT경기침체와 거품붕괴로 돌아왔다. 그 이유는 정부의 자금지원정책이 전형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각 부처마다 실적위주로 이중·삼중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실적평가가 쉬운 대기업 및 단체 그리고 소수 우수한 벤처기업에 자금이 집중됐다. 정부의 평가에 잘 적응한 기업들만이 정부의 특혜를 받은 것이다. 결국 기업은 기술개발보다 정부 돈 타먹는 데만 머리를 써,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이것을 우리는 듣기 좋게 IT경기의 거품이 붕괴됐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자금지원은 실적위주, 외형위주가 아니라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이나 창업지원을 하고 발전가능성을 중시해야 한다.

 매년 3000개의 중소제조업체가 해외로 빠져나간 자리를 기술집약적 벤처기업들이 대신 담당해야 한다면 현재의 8200개에 불과한 벤처기업 숫자로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어려운 턱을 만들어 놓고 여기를 통과한 기업만 벤처기업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이나 창업활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지원해 이보다 몇 배 많은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인력문제도 중요하다.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밤샘작업을 일삼아도 대기업의 절반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 벤처기업을 포함 중소기업에 근무하지 않으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다. 특히 직접 급여보다는 학자금, 주택자금 등 간접급여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국가성장동력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 제조업에 일정기간 근무하는 경우에 정부가 본인이나 자녀 학자금, 주택자금 등의 간접급여를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제조업이나 중소벤처기업에 우수한 인재가 유입되고 양성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호주의 예를 들면 정부에서 직접급여보다는 학자금, 주택자금 등 간접급여를 보조해주고 있다. 인력에 대한 간접급여 지원 근거 및 재원은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과 고용보험제도에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다만 정부의 정책개발과 실행의지만이 필요할 뿐이다.

◆남동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벤처특별위원회 위원장 ndh@job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