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파워가 `IT국력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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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들어서 ‘벤처’라는 단어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모 벤처업체 CEO.

 “정부에서도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더 이상 벤처를 위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벤처지원기관 고위관계자.

 올 초반까지 정부의 벤처정책에 대한 민·관의 일관된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최근 급변하고 있다. 정부가 벤처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가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 등 8개 부처와 공동으로 지난달 초 발표한 ‘중소기업 종합 지원대책’에는 혁신선도형 중소기업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벤처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 또 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말 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IT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한 10대 중점과제를 선정해 강력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변화를 보이는 것은 벤처 없이 차세대 성장동력도, 미래도 없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런 변화에 발맞춰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한 벤처기업의 역할, 과제 그리고 정부가 펼쳐야 할 정책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주

 (상)벤처없이 차세대 성장동력도 미래도 없다.

 

 정부가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 부문의 예산을 우선 편성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민간이 얼마나 대처를 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민간 중에서도 대기업보다는 IT 벤처기업의 역할이다.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의 세부과제는 대략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들은 자체 계획이 있고 또 경직된 구조, 위험회피 등으로 이 많은 과제를 직접 다루는 데는 심각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과제의 대부분은 벤처기업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영민 선임연구위원은 “벤처기업은 리스크테이킹(위험감수), 그리고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측면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못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특히 우리 산업의 대표적인 취약점인 허약한 하부기반을 벤처기업이 든든하게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실 주현 연구위원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본 투자만 있으며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지만 기술 중심의 디지털경제시대에 진입한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며 “벤처기업이 새로운 영역에서 보완 작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가 다시 활기를 찾아야하는 당위성은 극심한 실업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벤처거품의 여부를 떠나서 90년대 말 벤처 붐이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대기업에 편중된 인재의 재분배, 학벌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채용 정착 등은 벤처 붐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다. 벤처산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면 이런 역할을 충분히 다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벤처기업협회 오형근 부회장은 “벤처기업은 수익을 CEO부터 평직원까지 나누는 등 전통기업과 다른 조직문화가 있다”며 “벤처기업이 능력과 의지가 있는 젊은 구직자들에게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