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이닉스 문제 능동적 대응을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이 결국 하이닉스반도체 D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이번 조사는 일본의 D램 생산업체인 엘피다메모리와 마이크론재팬이 지난 6월 16일 상계관계 부과 요구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지만 일본 정부의 조사 결정은 국제 통상 관례상 납득하기 힘든 의외의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일본 정부의 조사 결정은 일본 업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잘 아는 것처럼 일본의 D램 부문은 한국에 밀려 침체상태를 면치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NEC와 히타치가 D램 사업을 통합해 엘피다를 출범한 것도 한국의 D램 업체를 제압해 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러한 일본이 디지털가전 산업의 성장으로 반도체 D램의 내수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일본 시장에서 퇴출되면 그만큼 자국업체의 매출이 늘어나 결국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위한 일차적인 기반이 확보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한마디로 상계관세 부과로 미국과 EU 시장에서 상당히 밀려난 하이닉스가 일본시장에서 마저 밀리면 자연스럽게 존립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EU가 하이닉스의 반도체 D램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한 상태여서 일본으로서는 하이닉스 상계관세 부과에 대한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과 EU의 조치로 인해 하이닉스의 D램이 상대적으로 일본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자국시장을 방어해야 할 명분이 더욱 강화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번 일이 양국 간 통상문제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이 갈수록 우리 IT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얼마 전 벌어졌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특허 분쟁이나 LCD사업을 위해 삼성전자와 합작한 소니를 일본 전자업체들이 따돌림한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특히 소니에 대한 ‘이지메’는 자국산업이 어려우면 가차없이 보호주의 칼날을 들이미는 선진국의 신보호무역주의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이번 하이닉스 문제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회에 우리 IT산업에 대해 일본의 전방위적 견제 공세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번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앞으로 조사과정에서 보조금 지급 여부, 보조금을 지원받은 제품 수출과 일본 D램 산업이 본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모두 입증돼야 상계관세가 부과되겠지만 이에 앞서 우리 입장을 일본 정부에 충분히 소명하면서도 한편으로 명확한 방어논리로 철저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본다. 일본보다 먼저 상계관세를 부과한 미국과 유럽연합이 고율의 판정을 내린 것도 우리가 안일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일본 정부의 조사결정과 함께 우리 정부와 하이닉스가 즉각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