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픽셀 카메라폰의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서로 잡아먹는 현상)이 시작됐다.
국내 휴대폰업계가 300만화소 카메라폰을 계획보다 6개월 가량 일찍 내놓으면서, 100만화소 제품으로 대변되는 메가픽셀 카메라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기 시작했다. 100만화소 카메라폰 시장이 채 형성되기도 전에 200만화소에 이어 300만화소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메가픽셀 카메라폰간 주도권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업체마다 올해 하반기 메가픽셀 카메라폰 전략제품이 달라, 제품간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메이저, 200만이 대세=메이저업체는 일단 하반기에 최근 출시한 200만화소 제품에 주력하다, 300만화소로 갈아탈 계획이다. 업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00만화소 제품을 주력기종으로 내세우는데 주저함이 없다. 다만 삼성전자는 200만화소보다 시장의 수요가 많은 130만화소 카메라폰에 무게를 둔 반면, LG전자와 팬택&큐리텔은 200만화소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메가픽셀 카메라폰의 화소보다는 기능을 강화해, 100만화소 제품으로 LG전자와 팬택&큐리텔의 200만화소 제품을 충분히 당해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경쟁 회사의 메가픽셀 카메라폰은 화소수만 높이느라 기능을 보강하지 못했다”며 “동영상, MP3, TV 등 멀티미디어 기능과 오토포커스 등 카메라 기능에서 삼성 휴대폰이 한 수 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연말쯤이면 300만화소 카메라폰 시장이 개화해, 200만화소 제품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100만화소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디지털 카메라급 300만화소 제품으로 여타 업체들과 간격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LG전자와 팬택&큐리텔은 카메라폰의 고화소 기능을 요구하는 수요가 높다고 보고, 100만화소보다는 200만화소에 주력키로 했다. LG전자는 최근 200만화소 카메라폰을 여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데 이어 지문인식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로 탑재, 하반기 전략제품으로 밀고 있다. 팬택&큐리텔도 지난해 출시한 100만화소를 중저가에 배치하고 최근 출시한 200만화소 제품을 고가 기종으로 앞세워, 하반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마이너들, 100만화소로 승부=반면 마이너업체들은 100만화소 제품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메가픽셀 카메라폰(130만화소)을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한 모토로라 관계자는 “국내 메이저업체들이 전력중인 200·300만화소는 시장의 흐름에 너무 앞선 제품”이라며 “하반기는 100만화소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의 휴대폰 자회사인 SK텔레텍과 KTF테크놀러지스도 하반기에는 100만화소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SK텔레콤을 통해 내수 시장에 진출한 브이케이와 벨웨이브 등 중견업체들도 100만화소로 중·저가 시장에서 일정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 300만화소로=올해 100만화소와 200만화소가 충돌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300만화소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데 아직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연내에 500만화소까지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 경우에 따라 300만화소도 ‘낀’ 제품이 될 수도 있다.
휴대폰업계는 그러나 300만화소부터 화소보다는 성능 경쟁에 돌입했다는 판단 아래, 400·500만 제품 출시는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팬택&큐리텔 관계자는 “연말부터 300만화소 제품을 본격 공급할 것”이라며 “300만화소 제품부터는 기능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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