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4일(현지 시각) 열린 월례회의에서 그동안 쟁점이 되어온 4개 항목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그동안 정책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않던 사업들과 정책적인 조치들이 본격 추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FCC의 주요 결정 내용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티보의 콘텐츠 저작권 프로그램 허용=FCC는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 업체인 티보의 디지털TV 프로그램 보호기술인 ‘티보투고(TiVoToGo)’를 승인했다. 티보투고는 디지털 TV 프로그램을 녹화하고 이를 최대 9명에게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티보의 기술이 알려지자 미국 영화협회(MPAA)와 미국 프로풋볼리그(NFL)는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 유포와 지역 축구경기의 역외 유포 가능성 등 이유를 들어 승인에 반대 의견을 보였다.
FCC는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디지털TV 콘텐츠의 불법 복제와 대량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티보투고는 올 가을에 첫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마이크 램시 티보 최고경영자(CEO)는 “티보는 항상 소비자 이익과 콘텐츠 제공자들의 권리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FCC, 베이비벨의 아파트 광통신망 구축 허용=미국 지역전화사업자들(베이비벨)이 아파트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광통신망을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FCC는 기존 구리선 접속보다 빠른 초고속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에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벨 사업자들은 경쟁업체와 네트워크를 공유할 필요없이 광통신망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벨 사업자들은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한 광통신망 구축 승인을 받았었다. FCC는 그러나 이번 결정은 주거용 아파트에 한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무실 위주의 건물은 광통신망을 구축할 수 없다. 한편 FCC의 승인에 따라 미 전역의 광통신망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버라이존과 SBC의 계획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휴대폰용 ‘스팸사절’ 목록 만든다=FCC는 스팸메일 수신을 원치않는 휴대폰 사업자들의 메일 목록을 만들어 관리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마케팅 담당자들은 ‘스팸 사절’ 목록에 포함된 휴대폰에는 스팸메일을 발송할 수 없게 된다. FCC는 작년에 의회가 고객의 허락이 있기 전에는 스팸메일을 발송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이 법안의 이행방안을 연구해 왔다. 지난 6월 연방무역위원회가 ‘스팸사절’ 목록이 실효성 없다고 밝혔지만, FCC는 무선에는 이 목록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개별 계정을 명시하지 않고 도메인 네임만을 표시할 경우에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면 customer@sprintpcs.com라고 표시하지 않고 sprintpcs.com만 표시하는 방법이다.
◇인터넷전화도 도청 허용=FCC는 인터넷 전화(VoIP)도 유·무선 전화와 동등한 법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며, VoIP를 수사기관이 도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FCC는 지난 3월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마약수사국(DEA)이 공동으로 VoIP도 ‘수사 지원을 위한 통신 보조법(CALEA)’의 통제를 받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사안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은 자사의 장비에 도청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칼레아법은 1994년에 제정된 법으로 통신업체는 수사기관의 도청에 적극 협조하고 통신업체 상호간에도 용의자의 정보를 교류하도록 규정돼 있다. 마이클 파월 FCC 의장은 “칼레아법에 따라 법 집행기관을 지원한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s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