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엔지니어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가 미국에서 최근 몆년간 계속 감소하면서 “미국의 혁신이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넷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미 대학이 배출한 과학 및 엔지니어링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는 2만4550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2001년)의 2만5500명보다 1000명 정도 줄어든 것이다. 또 가장 절정을 이루었던 1998년의 2만7300명에 비하면 2700여명이나 감소했다.
미국과학재단은 이같은 자료를 제시하면서 “미 대학의 과학, 엔지니어링 분야 박사 학위자 중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외국 학생들 숫자도 점차 줄고 있어 전체 과학, 엔지니어링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 감소를 부채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 대학원협회에 따르면 오는 가을 학기 외국 학생들의 과학, 엔지니어링 분야 대학원 진학률은 전년에 비해 32%나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C넷은 이같은 미국의 과학, 엔지니어링 고급 두뇌 감소 위기를 존 마이나노라는 프로그래머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대학에서 평점 B를 기록하며 컴퓨터 관련 책을 2권이나 저술하기도 한 마이나노는 컴퓨터 과학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지난 수년간 공을 들였지만 결국 실패, 진로를 법학으로 바꿨다. 그는 현재 장학금을 받으면서 법학 공부를 하고 있다. 우수한 컴퓨터 과학자 한명이 줄어든 대신 법학자가 한명 늘어난 셈이라고 C넷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과학, 엔지니어링 박사 학위 감소에 대해 △미국인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 저하 △타 분야보다 열악한 금전적 인센티브 등의 요인을 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사회 모두가 과학, 이공계 우려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은 (이 분야에서) 충분한 박사학위자들을 갖고 있다”면서 위기론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또 외국 박사 학위자 감소가 결코 경고의 목소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크레이그 배럿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저명한 컴퓨터 분야 리더들은 이공계 박사 학위를 받는 외국 학생들의 감소를 우려하는 한편 “이공계 박사 학위자 감소는 미국의 하이테크 리더십 위험으로 이어 질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미 의회와 미국과학재단에 자문을 해 주는 한 기관은 최근 “과학 및 엔지니어가 되려는 미국 시민들이 급감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기관은 “이러한 경향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부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지아 공대 교수이자 컴퓨팅 연구 협회 회장인 제임스 폴리도 “과학, 엔지니어 분야 박사 학위 감소는 미국 연구 시스템의 여러 적신호중 한 가지”라면서 “만일 제대로 대처 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1990년과 2000년 사이 외국에서 태어나 과학, 엔지니어 분야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24%에서 38%로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국무부가 2001년 외국 학생들에게 발행하는 비자를 2000년보다 20% 줄이는 등 외국 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건수가 감소하고 있어 미국 전체 이공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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