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리아드`와 동북아 R&D허브

 우리나라가 국제 과학기술 연구개발정보망인 ‘글로리아드(GLORIAD)’ 구축 프로젝트에 뒤늦게나마 참여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글로리아드 프로젝트는 미국과학재단(NSF)을 주축으로 유럽-러시아-중국-일본-미국을 관통해 세계를 고리 모양의 10Gbps급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잇는 것이어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동북아 R&D허브 구축에 핵심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리아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각국 연구기관의 슈퍼컴퓨터와 연구시설이 연동되는 만큼 최소의 유지보수 비용만으로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환경을 갖추게 되는 것은 물론 국가간 공동 기술개발 추진도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는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함께 변화하는 연구개발의 패러다임 추세에도 순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예전처럼 실험실이나 연구소에 값비싼 연구장비나 시설을 보다 많이 갖추는 것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경쟁력이 확보되던 시대가 아니다. 기술 수준이 고도화됨에 따라 필요한 연구개발 장비 구입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요구되고 특히 세계 초일류 연구소라도 모든 장비와 시설을 다 구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흩어져 있는 연구시설들을 초고속망으로 네트워크화할 경우 반드시 모든 장비를 갖추지 않고도 남의 장비를 활용해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연구개발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글로리아드가 개통돼 우리의 연구개발망과 연결되면 우리나라가 당장 20개 이상의 국제 가상연구실을 유치한 것과 같다는 지적만 보더라도 그 효과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선진국들이 글로리아드를 비롯한 과학기술 전용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에 관심을 갖고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연구개발 인프라 확보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다.

 잘 알다시피 ‘게놈’프로젝트가 이러한 연구개발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뤄낸 대표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천문학적 크기의 데이터를 참여국 연구소의 슈퍼컴퓨터 등 유휴장비를 활용해 계산하고 결과를 받아 봄으로써 100년 넘게 걸릴 연구를 몇 년 만에 이룰 수 있었다. 지금도 미국, 일본, 스위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선진 과학 기술자들은 이처럼 서로 협력해 보완적인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실험장비 및 컴퓨팅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감히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연구를 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이번에 글로리아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단순히 국제 과학기술망과의 연계에만 그쳐서는 안될 일이라고 본다. 선진 8개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연구프로젝트인 ‘핵융합 실험로 구축사업’과 같은 초대형 첨단 과제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핵융합, 기상, 전자현미경, 바이오인포매틱스, 나노 등 우리나라 기초과학분야 발전에 큰 전환점이 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와 함께 선진국들이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망 연동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브로드밴드 구축이 비교적 늦은 유럽, 미국, 중국이 차기 인프라에서는 앞서 가겠다는 목표로 최근 과학기술·교육망을 연동하는 등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도 글로리아드와 함께 남으로는 동남아와, 북으로는 북한·러시아로 뻗쳐 나가는 소위 십자가(+) 전략으로 연구개발 초고속망 구축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야 동북아 R&D허브가 구축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