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TV세상` 밝았다

고선명 TV(HDTV)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HDTV를 보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다는 것이다.

평범한 TV 시청자들은 HDTV의 비싼 가격에 놀라고 그 종류의 다양성에 어리둥절해하다.또 익숙치 않은 TV 방송 기술에 혼란을 느끼면서 자신들이 왜 HDTV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TV 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조성되면서 소비자들은 기존 아날로그 TV보다 최고 5배나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며 박진감 넘치는 서라운드 사운드 오디오까지 제공하는 HDTV를 보고 싶은 유혹이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HD 프로그램, 특히 스포츠 HD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다. 이달부터 미 NBC 방송은 올림픽 개·폐회식을 포함해 400시간에 이르는 올 하계 올림픽 방송을 HD로 송출할 예정이다. 머지 않아 시작될 미식 축구도 HDTV 방송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HD로 방송되는 스포츠 프로그램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포츠는 시청자들이 뛰어난 HD 기술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HD의 전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 영화와 콘서트도 스포츠 못지 않게 HDTV에 대한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V 시청자들은 아직 HD로 대거 몰려들지 않고 있다. TV 신제품은 매년 2500만대 정도 판매된다. 가전협회 숀 와고 이사는 그러나 HDTV 판매량은 첫 출시된 지난 98년 말 이후 2004년 현재까지 1110만 대에 불과하다며 이 중에서 200만 대 정도만이 HDTV 프로그램 시청에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턴 소재 스트래터지애널리틱스 피터 킹 디지털 TV 전문가는 “이는 소비자들이 평판 패널이 멋있게 보인다고 HDTV를 충동 구매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평판 패널이 HDTV를 볼 수 있는 제품인지 아닌지도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분석가들은 최근 두가지 변화가 HDTV에 대한 개념을 더욱 분명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TV 중계소가 전환시켜야=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전국 1600 군데의 TV 중계소에 대해 오는 2006년 말까지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 송출할 것을 의무화했으나 디지털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가구가 85%에 이를 때에만 그렇게 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TV 중계소들이 2006년 말까지 디지털 신호 전환 의무를 지킬 수 있을 지 상당한 의문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TV 제조업체들은 지난 1일 발효된 FCC 규정에 따라 2006년 말 이후엔 디지털 TV 만을 제조해야 한다.

이 FCC 규정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으로 36인치 이상의 모든 TV 모니터 중 절반은 디지털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튜너를 갖추고 출시돼야 한다. 또 내년 7월 말까지는 36인치 이상 대형 모니터 전부와 25∼35인치 TV의 절반이 통합 디지털 튜너를 갖추고 생산돼야 한다.

◆플러그 앤 플레이=두번 째 중요한 변화도 이미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미 전국의 케이블 회사들은 이 날부터 케이블카드를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위성TV 박스에 꽂아 쓰는 보안 카드와 비슷한 케이블 카드를 설치하면 별도의 디지털 전환 박스를 구매하거나 빌리지 않고도 TV, 녹화기,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가능한 제품들을 케이블에 직접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이같이 직접 연결해 사용하는 새로운 디지털 플러그 앤 플레이 표준은 케이블업계과 가전업계의 지리한 협상이 끝난 지난 2002년에 정해졌다.

위성TV 가입자보다 그 수가 훨씬 많은 케이블 가입자들은 이미 ‘케이블 준비가 된(케이블 레디)’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져 있다. 이미 3500만 명 정도의 케이블 가입자들이 ‘케이블 준비가 된’ 아날로그 TV와 VCR에 별도의 셋톱박스없이 케이블을 직접 꽂아 쓰고 있다. 케이블카드는 케이블 준비가 된 디지털 제품의 공급을 늘리는 촉진제가 될 전망이다.

◆콘텐츠가 왕이다=케이블카드를 설치해 디지털 신호를 TV 모니터로 내보낸다하더라도 볼만한 HD 프로그램이 없으면 별 의미가 없다. 가전협회 밀러 홍보 및 공공정책이사는 이에 대해 “기술 매니아가 아닌 보통 소비자들은 콘텐츠가 없으면 하드웨어를 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퍼볼, 아카데미시상식, 에미상 시상식과 같은 굵직한 행사들은 이미 수년째 HD로 방송돼 왔으나 어쩌다 열리는 이런 행사 만으로 HDTV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다. 케이블 방송사인 디스커버리 HD 시어터의 클린트 스틴치콤 본부장도 “매일 매일 일용할 HD 양식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