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어느 잡지에서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에 대해 분석한 기사를 본적이 있다. 글쓴이의 주장은 실리콘밸리의 핵심 경쟁력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면 너무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으나, 생각해 볼 점이 있었다. 유비쿼터스코리아의 이상도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지니고 있는 산업 경제적인 측면에서 여러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첫째, 다양한 전문기업의 클러스터가 조성되어야 한다. 신제품 경쟁에 앞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하이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서플라이 체인에 있는 기업들끼리 밀접하게 일을 할 수 있다면 아주 유리하다. 이러한 밀착성은 신제품 개발 시간의 단축을 넘어서 관련 산업에서 선도적인 리더십과 시너지 효과로 인한 제품 차별성을 확보하는 데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둘째, 밀도 높은 얼리어답터 집단이 있어야 한다. 하이테크 신제품의 관건은 시장에서 얼마나 빨리 수용되느냐에 있다. 여기에 Techie(Innovator)들과 얼리어답터들의 형성은 절대적이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장에 등장하는 전자기기나 소프트웨어는 실리콘밸리의 가장 중심에 있는 마운틴 뷰, 서니 밸리 같은 소도시에서 먼저 선보인다. 이곳은 세계최고의 기술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이고 그 종업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하이테크 용어가 일상어이며 많은 기술 신종어가 생겨난다. 하이테크 제품들을 만드는 사람들이 곧 그 제품들의 소비자 집단이다.
셋째,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과 하이테크 신제품을 즐기는 젊은층의 소비자 배후단지가 있어야 한다. 이들은 얼리어답터 단계에서 대중시장 단계 사이에 있는 큰 간격을 건널 수 있는 브리지 역할을 한다. 하이테크 회사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가진 소비자만으로는 규모면에서나, 대중성의 검증면에서 의미 있는 소비자 그룹을 형성하는 데 제한이 있다. 따라서 갓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를 사주는 적절한 규모의 소비도시가 인접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와 그 주변에 사는 ‘사람’이 갖는 의미는 대략 위의 세 가지 정도가 아닐까 한다. U코리아도 이러한 생태계를 통해서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리어답터 유비쿼터스 타운이 바로 그 길로 가는 하나의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 즉, 유비쿼터스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시범적인 유비쿼터스 생태계 타운 (UTown)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U타운은 ‘브로드밴드 유무선 통신망’을 기반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유비쿼터스 소비도시는 개발단지와 붙어 있을 때 파급속도를 최대화할 수 있다. PDP 공장은 개성 공단에서 만들어 와서 팔아도 구입 고객은 어디에서도 깨끗한 화면을 즐길 수 있지만, 유비쿼터스 서비스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광대역 유선 통신망은 선을 깔아야 하고 광대역 무선통신망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통신망 곳곳에는 이를 제어하고, 서비스 콘텐츠를 담아놓는 서버도 있어야 하고, 무수히 깔린 IPv6 기반의 수많은 센서를 관리하자니 보다 많은 컴퓨터 자원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러한 인프라를 멀리 떨어져 있는 소비도시에 조성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소비도시와 개발단지가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어디에 만들 것인가. 요즘 정보화도시, U시티 등을 구축하고자 많은 지자체들이 정보화 신도시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대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관련 산업체들이 입주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래야만 지식감성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양질의 고급인력들을 유인할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 지원사항 몇 가지만 배려해주면 기업체가 너도나도 가고 싶어하는 곳으로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젊은 층이 많고 구매력이 높은 소비 지역이 인접한 곳이어야 한다. 그런 곳을 굳이 꼽으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서울에서 근접하고 앞에서 언급된 기준에 부합하는 곳 중에서 판교가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정부가 잘한 일 중에 하나는 하이테크 기술의 경쟁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그 마당과 멍석을 깔아 준 것이라고 생각 한다. U타운이 그러한 또 다른 멍석이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우리가 이른 시간 내에 유비쿼터스 생태계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다면 e코리아에서 U코리아로 또 한번 진화할 수 있고 후세에 보다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성호 키스톤테크놀러지 사장 shchoi@keyst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