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컴퓨터가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암 수술이 성공리에 끝나 경영 위기를 모면했으나 CEO 1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이번 애플 사태에 큰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EO 유고시 그 후계자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실리콘 밸리 기업은 애플뿐만이 아니다. 애플 인근의 오라클 , 휴렛패커드(HP), 시스코 등 정상의 하이테크 기업 중 상당수가 ‘우상’과 같은 존재인 CEO에 위험할 정도로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 문제의 원인은 부분적으로 실리콘 밸리의 기업문화에 있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 문화는 비전이 확실한 창업자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를 숭상하는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기술 기업의 짧은 제품 생명 주기는 장기보다 단기적인 것에 집착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여기다 첨단기술을 다루는 중역들은 날렵하고 민첩한 경영구조를 바라고 있다.
예일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손넨펠드 부학장은 실리콘 밸리 기술 기업의 최고 경영진은 ‘제왕적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 교수도 “실리콘 밸리는 경영진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서 미국내 다른 어떤 곳보다도 준비가 덜 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잡스 CEO의 최근 췌장암 수술과 같은 잠재 위기에 직면할 경우 후계자가 준비돼 있어야 이상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애플 CEO는 자신의 췌장암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지난 1일에야 공개했다.
인텔 같은 일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후계 구도를 최고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반면 다른 업체들은 2인자가 분명하지 않다. 이 같은 후계자 부재 현상은 일부 CEO가 사회적으로도 유명 인사이기도 한 실리콘 밸리에서 특히 심한 편이다.
실리콘밸리의 이런 분위기를 산호세 소재 컨설팅 기업 엔덜리그룹의 롭 엔덜리 분석가는 “맥도널드에는 로널드 맥도널드, 잭 인 더 박스에는 잭이 있다. 하지만 하이테크 기업들엔 CEO만 있다”고 풍자했다. 예일 경영대학원 손넨펠드 부학장도 “하이테크 기업 중역들사이에서도 자신들의 유고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동감했다.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경쟁사들을 앞질러 가는 데 정신이 집중돼 있어 장기적인 경영자 계획을 마련할 여유가 없다. 페퍼 교수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대체로 자리가 비는 대로 곧 바로 채용하고 있으며 이런 관행이 CEO 후계자 선정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영자 의식 조사회사인 콘&페리의 조 그리세디엑 부회장은 “어느 기업 이사회든 CEO의 교통사고 등 유고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그 이후를 늘 의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