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로 최고의 정보인프라를 갖췄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가 세계 최고의 정보 이용 수준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국제사무용소프트웨어연맹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은 48%로 OECD 국가 중 7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피해금액만도 약 4600만달러에 달한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만의 불법 콘텐츠들이 수많은 불법사이트를 통해 이용되고 있으며 불법 콘텐츠들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개인 소유의 콘텐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고 무단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식이 그 후진성을 드러내고 있다. 수억에서 수백억원까지 투자해 만든 영화들이 웹이든 P2P 형태든 온라인상에서 쉽게 접근해 다운받을 수 있도록 업로드된 것을 볼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복제 및 불법사용은 집에 있는 유형의 자산들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도둑질 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콘텐츠의 불법복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를 통한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사회의 주체가 되는 콘텐츠의 형식과 유통방식이 기존의 아날로그 시대와는 근본적으로 차별적인 콘텐츠의 출현을 야기했다. 디지털화는 고속성, 대량성, 다양성, 용이성, 양질성 등의 특징이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원본과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대량 복사가 가능하고 재가공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창작물을 생성할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콘텐츠의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고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로 콘텐츠의 판매 및 이용 기회가 증대됨으로써 콘텐츠 제작자의 창작 욕구상승 및 콘텐츠 유통환경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디지털화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의 불법 복제 및 이용의 증가와 대량 유통으로 인하여 콘텐츠 제작자의 피해가 점차 증가하면서 콘텐츠 제작자의 창작 욕구를 상실시켜 사용자들로 하여금 양질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유통의 감소로 인해 진정한 디지털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 것도 사실이다.
IT선진국의 경우 극히 일부만이 불법 복제를 행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구매해 콘텐츠를 소장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비용 지불은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 IT선진국의 의미는 콘텐츠 창작에 대한 권리가 보호되고 합법적으로 사용됨으로써 콘텐츠 판매로 인한 이득이 창작자에게 분배될 수 있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유통 환경이 조성되는 사회다. 이러한 환경을 기반으로 다수의 창작자는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창작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의욕을 얻을 수 있으며, 네티즌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현재 우리는 IT 선진국으로 한 단계 넘어서기 위한 과도기에 서 있다. 다수의 무료 콘텐츠 제공 업체들이 법적인 제재로 인해 유료로 전환하게 되면서 여러 네티즌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강제적인 유료화가 아닌 네티즌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적 뒷받침과 콘텐츠 서비스의 다양화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콘텐츠 사용자들이 콘텐츠의 구매와 비용 지불을 아낌없이 쓰고 이를 통한 향후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나라의 정보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으로 ,기술적인 기반은 마련된 상태다. 이에 기반을 두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창작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며 창작에 대한 합법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보상의 주체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용자다. 우리나라가 IT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콘텐츠 사용자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용자의 인식변화는 향후 우리나라가 IT선진국으로의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게 될 기본적인 틀이 될 것이다.
<신용태 숭실대학교 교수 shin@comp.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