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등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견·중소 휴대폰업체가 대기업과 여론의 논리에 밀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SK텔레콤이 최근 단말기 사업 확대를 위해 휴대폰 자회사인 SK텔레텍을 통해 기술력을 보유한 중견·중소 휴대폰업체 인수에 나섰으나, 대기업 휴대폰업체들의 반발 등으로 이의 추진이 잠정 무산됐다. 대기업 휴대폰업체들은 “SK텔레콤과 같은 이동전화서비스업체가 휴대폰 사업에까지 확대할 경우, 불공정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며 SK텔레콤의 중견·중소 휴대폰업체 인수합병(M&A) 움직임에 강력 반발했다.
또 정보통신부 등 관련 정부부처도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의 단말기 사업 확대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중견·중소 휴대폰업체는 SK텔레콤에 불만을 터뜨렸다. 3∼4곳을 상대로 기업 인수를 위한 실사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M&A에 따른 효과가 없다”고 발을 뺐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M&A 협상을 벌이다 무산된 중견 휴대폰업체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기업 실사 때문에 업무마저 중단할 정도였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럴 바엔 본연의 비즈니스에나 충실한 게 나을 뻔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공식적으로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체 M&A 포기를 선언하자, 이번에는 외국계 휴대폰업체들이 이들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휴대폰업체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중견·중소업체들이 해외 수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기술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체가 중국 기업 등에 팔릴 경우 이들이 보유한 기술이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중국계와 대만의 정보기술(IT)업체들이 국내 휴대폰 업체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텔슨전자 관계자는 “대형 휴대폰업체들은 중견·중소업체 인수 의사도 없으면서 서비스업체의 M&A 움직임에 대해 비난으로 일관했다”며 “국내 기업도 안되고 외국 기업도 안되면, 다 죽으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모 휴대폰업체 사장은 “매물로 나온 중견·중소업체는 자금난 해소가 급선무”라며 “외국 기업이라도 확실한 자본만 투자한다면 이들의 M&A를 환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